[내향인의 고군분투 직장 생존기 EP ①] 연차를 연차라 말하지 못하고
'팀장님, 저 다음주 수요일에 연차 좀 쓸게요!'
아무렇지도 않게 연차 사용 계획을 공표하는 동료의 모습을 나는 그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열심히 일한 당신은 떠날 권리가 충분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내게는 '연차 사용하겠습니다'라는 말이 어렵다.
회사 내에서 누구 하나 못 쉬게 하는 사람도, 눈치 주는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난 '일하는 장소'인 회사에서 '쉬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오늘은 말해야지'라고 큰맘 먹고 출근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돌아온 날도 더러 있다.
연차 계획을 말하기 전, 나는 팀장님의 기분을 살피는 것이 습관이 됐다. 또, 업무적으로 여유가 있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기분이 좋고 바쁘지 않은' 팀장님께 나의 연차 사용 계획을 말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럽다는 판단에서다. 달싹거리는 입술을 부여잡고 가장 좋은 타이밍을 엿보는 것은 나만의 직장 생존 전략이다.
특히 주말과 붙여 쓰는 월요일과 금요일, 이틀 이상의 휴가를 사용할 때 입을 떼기는 더더욱 어렵다. 신혼여행을 가기 전, 기존 경조사 휴가 5일에 연차를 좀 더 붙여 쓰고 싶다는 말을 하는 데 3주 이상이 걸렸다. 참으로 답답할 따름이다.
연차 계획을 말씀드리기 전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기도 한다. '연차를 이틀 이상 쓰는 이유를 세세하게 물어보면 어떻게 하지?', '연차를 왜 이렇게 자주 사용하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하지?' 한 개의 행동을 하더라도 사전에 다양하게 점검해 보는 습관이 신중함을 더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물론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생각의 연속을 경험하며 피로감에 휩싸이는 나날이 늘었고 고민의 늪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궁리했다. 그 끝에 얻은 결론은 '아무도 내게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내가 연차를 며칠 사용하든, 언제 사용하든 업무 일정을 조율하고 미리 말만 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나는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과도하게 집착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데 있어서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아 왔다.
가장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팽팽하게 조인 생각 근육을 이제는 조금 느슨하게 해 보자. 그리고 자신 있게 말해보자.
'팀장님, 저 다음 주 수요일에 연차 좀 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