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의 고군분투 직장 생존기 EP ②]'주말에 뭐 했어'에 대한 답변
"OO 씨, 주말에 뭐 했어?"
월요병을 뚫고 출근한 회사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자주 듣는 말이다. 나는 그들이 진정으로 나의 주말을 궁금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주말에 뭐 했어'는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또 다른 아침인사다.
당시 나는 주말에 예약이 힘들다는 화담숲에서 단풍 구경을 잔뜩 하고 왔었다. '저 단풍 보러 화담숲 다녀왔어요. 예약하느라 엄청 힘들었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 저 그냥 친구랑 놀았어요'라는 건조한 문장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나의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은 여전히 어색하다.
돌아오는 새로운 질문에 연속적으로 대답을 해야 하는 상황도 부담스러웠고 무엇보다 대화를 이어갈수록 달아오르는 내 얼굴이 민망했다. 차라리 주말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아무것도 안 했다고 대화를 마무리하는 것이 편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회의를 하다가도, 회사 복도를 지나다가도 동료들과 업무 외적인 이야기를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이 이야기를 할까 말까'하며 주변 눈치를 보는 것은 나의 오랜 습관이다. 가벼운 주제에 대한 답변도 이렇게 고민스러워 하는데 '먼저' 말을 거는 것은 더더욱 미지의 영역이다.
기껏 용기 내어 던진 대화 주제에 이렇다 할 반응이 없으면 그 순간의 쑥스러움은 이불까지 따라온다. 물론 회사 내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은 과유불급이다. 그렇지만, 주말 계획이나 취미, 날씨 등의 가벼운 주제에 대한 대화는 오히려 업무에 윤활유가 되기도 한다.
얼마 전 회사 복도 막다른 길에서 다른 팀 동료를 마주친 적이 있다. 하필 엘리베이터도 층층마다 서고 있어 피할 수 없는 적막함에 숨을 못 쉴 지경이었다. 눈 딱 감고 시작한 대화로 그 동료가 강아지를 키우는 것을 알게 됐고, 반려견 이야기를 하며 목적지에 다다랐다.
며칠 뒤 업무상 연락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고 담당자를 확인한 순간 조금 놀랐다. 얼마 전 대화를 나눈 그 동료였다. 타이밍이라는 것이 참 기가 막혔다. 어색함을 못 이겨 시작했던 대화가 업무를 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순간이다.
과하지 않은, 어느 정도의 '스몰 톡'은 서류로만 해결할 수 없던 일들에 조금의 도움을 주기도 한다. 회사 내 모든 소통에 스스로 고립되기보다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녹아드는 것도 차가운 건물 속에서 뜻하지 않은 따뜻함을 맛볼 수 있는 순간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