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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런 Nov 18. 2023

'따르릉' 소리가 무서운 이유

[내향인의 고군분투 직장 생존기 EP ③] '전화 공포증'을 극복하는 법

'따르릉'


하루 중 내가 가장 긴장하는 순간이다. 업무 특성상 우리 팀의 전화는 내가 도맡아 받는다. 상대방의 반응을 온전하게 예측할 수 없는 전화의 불안정함은 나를 더욱 뻣뻣하게 만든다. 


돌이켜보면 평소에도 나는 전화보다 문자나 메신저를 좋아했다. 기존에도 부담스러워했던 전화를 일로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유독 전화 업무가 부담스러웠던 것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전화 특성상,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빈번하게 만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는 그러한 불안정성이 마냥 편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수화기만 들면 평소에는 쓰지도 않는 이상한 문장이 튀어나오고 문맥상 맞지 않는 말들로 중언부언하게 된다. 상대방도 당연히 물어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묻지도 않고, 전혀 상상하지 못한 질문으로 나를 당황하게 만든다. 


거기다 동료들이 모두 숨죽여 일에 몰두하고 있다면 그 부담스러움은 배가 된다. 적막한 사무실에 어버버 하는 나의 문장들이 생중계된다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극복하기 위해 전화를 걸거나 받기 전 ‘대본’을 쓰는 것은 나의 일상이다. 어느 정도의 시나리오를 그려보면 뜻하지 않은 상황에 대처하기가 수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컴퓨터 바탕화면에도 '대본'이라는 이름의 메모장 파일이 군데군데 있다.

출처: 픽사베이(pixabay)

하지만 대본으로도 대처할 수 없는 새로운 상황들을 여러 차례 마주하면서, 전화 업무에 완벽하게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또, 막연하게 두려워만 하는 것은 더더욱 도움이 되지 않았다. 상황을 정면 돌파하는 것이 더 확실한 해법이었다. 


돌이켜보면 전화 업무를 할 때, 항상 조급한 마음이었다. 수화기 넘어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을 빨리 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기만 했다. 빠르게 답변을 하려다 보니 말도 엉키고 실수를 한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럴 때일수록 내게 필요했던 자세는 '바로 답변을 안 해도 된다'는 태도다.


호흡을 조금 가다듬고 천천히 답변하다 보면 의외로 상황도 간단하게 해결되고, 동시에 상대방에게 좀 더 여유 있어 보이는 인상도 줄 수 있다.  


전화 대본을 미리 준비해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응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너무 의존하기보다는 한 번쯤은 여유를 갖고 천천히 답변을 하는 것도 흔히 말하는 '전화 공포증'을 이겨내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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