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의 고군분투 직장 생존기 EP⑤] 머릿속 공포가 더 크다
정확히 취업을 하고 난 뒤부터 일 것이다. 매일 눈을 뜨는 순간을 두려워했다. 회사는 내게 두려움의 공간이었고 항상 나를 긴장하게 했다. 한창 취업 준비를 할 때는 어떤 고난이 와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젊은 시절의 객기였으려나.
하지만 취업을 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으며 상상 속의 척척박사는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단번에 깨달았다. 멍한 표정으로 출근 무리를 총총 뒤따르는 나에게 '불안'이라는 감정이 찾아왔다.
'불안'은 어린 시절부터 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었지만, 직장인으로서 느끼는 불안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회사라는 공간이 내게는 참 호락호락하지 않은 공간이었다. 주어진 일을 제 때, 제대로 하지 않으면 '큰 일'이 날 것 같았다. 이러한 감정은 나를 옥죄었다.
'이 일을 잘못하게 되면 큰 일 나는 것 아닌가.'
출근을 하기 전, 업무를 하면서 내 머리를 스치는 생각의 큰 물줄기다.
특히 '실수'가 남기는 자상은 크다. 실수의 무게가 크든 작든 그날 밤은 나만의 생각 감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조그만 실수가 큰 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곧 '좀 더 잘했어야지'하는 자책으로 바뀐다. 숨 막히는 생각 사슬 끝에는 항상 허탈함만 남았다.
가장 부러웠던 사람은 퇴근함과 동시에 회사 생각을 단절하는 이다. 마치 두 개의 자아가 있는 것처럼 업무 생각을 집으로 가져오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것이 과도한 걱정으로 지쳐있던 나에게 필요한 해법이었다.
이렇듯, 나름 오랜 시간 불안이라는 감정에 노출되며 느낀 것은 '머리로 상상하는 공포의 무게가 너무 크다'라는 사실이다. 머리로 상상했던 최악의 상황, 큰 일은 우리가 숨 쉬듯이 손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큰 공포에 휩싸이면 이러한 가치 판단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불안과 공포라는 감정에만 압도당하기에는 우리의 모든 순간이 너무 소중하다. 걱정의 감정이 조금은 잦아졌을 때, 조금씩 되뇌어 보자.
'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