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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런 Nov 29. 2023

울면 떡 하나 더 받을 수 있나요?

[내향인의 고군분투 직장 생존기 EP⑥]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


어린 시절, 오래된 속담 속 '아이'는 욕심 많은 존재같이 느껴졌다. 떡 하나를 사수하기 위한 눈물처럼 보인달까. 항상 내 금색 크레파스를 눈여겨보던 욕심 많은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한 살 한 살 더 나이를 먹어갈수록 이 속담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마치 어릴 때 둘리를 괴롭힌다고 느껴졌던 '고길동'이 이제는 안쓰럽게 여겨지는 것처럼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힘든 일이 있어도 잘 참고 묵묵히 견뎌내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것이 자칫 폭력적인 문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면 참고 견디는 것이 마냥 필요한 부분은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에서도 '떡'을 사수하기 위해 마구 울어대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하곤 한다. 그런 사람들을 처음 보았을 때,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과론적으로 해피엔딩을 얻어내는 그들을 볼 때면 종종 허탈함을 느끼곤 했다.

출처: 픽사베이(Pixabay)

첫 회사에 입사했을 때, 이상하게 나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들 하나같이 입을 모아 '옆 사람 조심해'라고 내게 귀띔했다.


모두가 경계하는 그 동료는 흔히 말하는 '업무 떠넘김'의 귀재였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나의 전임자들이었기에 입사하자마자 큰 마음의 짐을 얻은 기분이었다.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그 동료'는 슬슬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당시 신입이었던 나는 자신의 계획을 실천하기에 최적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암묵적으로 신입은 먹이사슬의 최약체다. 거절할 여건도, 그렇다고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도 부족했던 내게 하나둘씩 업무가 넘어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내 회사 생활은 지옥으로 향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당시 나와 같은 시기 발령을 받은 팀장님이 어느 날 업무 분장 관련 회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노골적으로 업무가 넘어가는 상황을 그분도 탐탁지 않게 바라보신 것일까. 천운이 아닐 수 없었다.


나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1대 1' 면담이었기에 그동안의 고충을 조금 말씀드렸다. 문제가 된 동료는 크게 반발했지만 결과적으로 업무 분장은 다시 정상화될 수 있었다.


초코파이 광고 문구처럼 사람들은 그동안의 나의 행동과 언행을 바탕으로 '말하지 않아도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나에게 특별한 관심이 없고 나의 행동과 언행을 주의 깊게 바라보지도 않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사실이다. 표현하지 않아도 다 이해해 줄 것이라는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그리고 최대한 예의 없게 행동하지 않는 선에서 나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건방진 일이 아닌,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생각의 전환을 경험하며 요새는 마냥 참기보다는 나의 의견과 정당한 권리를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여전히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표현'이라는 친구와 좀 더 친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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