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의 고군분투 직장 생존기 EP⑦] 주목받는 것은 익숙지 않아
'이거 어떻게 생각해? 좋은 아이디어 있어?'라고 묻는 팀장님의 눈을 애써 외면한다. 나는 회의 시간이 싫다. 특히나 나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말해야 하는 순간은 더더욱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생각이야 많다. 문제는 그 생각을 표현하기까지 큰 결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표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는 '주목'받는 것이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회의에서 발언권을 가진다는 것은 곧 내 생각은 물론 나 자신에 대해 사람들이 주목한다는 것을 말한다. 미완성된 나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참 부담스럽다. 더군다나 회의실에 내 목소리만 고스란히 울려 퍼지는 순간은 쥐구멍으로 숨고 싶을 만큼 쑥스럽다.
월요일마다 아이템 회의를 한 적이 있다. 회의에 참석한 한 명 한 명이 돌아가며 자신의 주간 계획을 공유해야 했다. 내 차례가 임박해 오면 그때부터는 심장 박동이 최대치로 뛰었다. '사람 얼굴이 이렇게 새빨개질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얼굴도 붉게 달아올랐다.
나의 발표 계획에 대해 부장님이 추가 질문을 하는 순간은 정말 고역이었다. 곧 터질 것 같은 얼굴로 답변을 하다 보면 어느새 등줄기는 땀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
눈에 잘 띄면 더 많은 발언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 회의 시간마다 맨 뒷자리나 구석 자리를 사수했다. 회의 시간에 최대한 나는 '없는 존재'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20주년 기념 슬로건을 공모하는 사내 이벤트가 열린 적이 있다. 이러한 이벤트가 공개적인 회의 시간에 열렸다면 당연히 적극적인 참여가 어려웠을 것이다. 다행히도 해당 이벤트는 온라인으로 진행 중이었고, 자유롭게 내 생각을 남길 수 있었다. 공개적인 장소였다면 무수한 자기 검열 과정을 거쳐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이벤트에 참여했다는 사실조차 까먹고 있을 때쯤, 내가 냈던 슬로건이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별한 상품은 없었지만, 내가 제안한 슬로건이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장식한다는 사실에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
그동안 회의 시간마다 내 생각을 이야기해야 할 때면, '이렇게 사소한 것을 말해도 될까'부터 시작해 '이상하게 보이면 어떻게 하지'까지 타인의 시선에 압도돼 있었다.
하지만 부담 없이 참여한 이벤트 속에서 '완벽하게 준비된 생각'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내 생각에 대한 주목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한 번쯤은 나의 소중한 생각들도 보듬어 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