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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런 Dec 09. 2023

생각이 너무 많은 병

[내향인의 고군분투 직장 생존기 EP⑨] '주황색'은 '주황색'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구 끝까지도 갔다 올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생각'이다. 생각은 하면 할수록 불어나고 확장되는 범위도 무궁무진하다. 성격과 생각이 무조건적으로 비례하지는 않지만, 내향적 성격을 가진 내게 생각은 정말 오랜 친구이자 원수다.


세상에는 상처받을 일이 참 많다. 특히 사무적 관계로 만난 사람들이 대다수인 직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물론, 충만한 배려로 훈훈한 상황을 맞이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은 듯한 느낌은 나만의 착각일까.


사회 초년생일 때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회사를 다니며 무수히 많은 유형의 동료들을 만나 왔다. 복잡한 업무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며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했지만, 동료들이 한 행동과 말을 곱씹으며 하는 '생각'들로 고통받았던 나날들이 훨씬 더 많다.


나는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라고 타인의 행동과 발언을 곱씹는 습관이 있다. 그 결론은 항상 부정적 의도에서 그랬을 것이라는 자의적 추측이었다. 결론적으로 타인의 발언과 행동에 담긴 저의를 상상하고 해석하며 수많은 고통을 받았다.

물론 나의 예상대로 부정적 의도를 갖고 그러한 발언을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아무 의도 없이 말을 한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내가 그 사람 마음에 들어갔다 오지 않는 이상 그 의중을 100% 정확하게 이해할 가능성은 저조하다.

출처: 픽사베이(pixabay)

모든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은 신중한 태도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면 나를 옭아매는 행위가 된다. 즉, 관계의 결벽증이 오히려 나를 망치는 것이다. 최근 한 달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면 '생각'이 많아서 그랬던 적이 대부분이다.


미술시간을 한 번 떠올려볼까. 빨간색과 노란색을 섞으면 주황색이 된다. 그러나 빨간색에 흰색을 좀 더 섞어도 주황색이 될 수 있다. '주황색'을 만드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동안 과도한 생각으로 나 자신을 옭아매왔다. 그리고 많은 생각들로 이제는 지친 상태다. 심리적으로 지친 상태에서 내가 내린 결론은 '주황색은 주황색으로 받아들이자'다. 주황색이 빨간색과 노란색을 섞어 만들어졌는지, 빨간색에 흰색을 좀 더 더해 만들어졌는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만의 생각으로 결론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나를 보호하는 방법은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도 더러 있을 것이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생각을 덜어내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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