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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런 Dec 06. 2023

뾰족한 말들에 내 마음은 붕괴돼

[내향인의 고군분투 직장 생존기 EP⑧] 사람이 모두 나와 같지는 않다

참으로 뾰족한 말들이 있다. 가슴을 후벼 파는 날카로운 표현들을 마주할 때면 일찌감치 내 마음은 무너진다. 회사라는 공간은 특히 더 그렇다. 친구들처럼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과만 지낼 수 없기 때문에 마음을 다치는 순간도 평소보다 잦다.


그럴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라'라고 한다. 그 말을 부여잡고 있으면 나만 힘들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게 여전히 어렵다. 여러 번 곱씹은 말은 상처만 남길 뿐이다. 그리고는 속으로 외친다.


'좀 더 다르게 말해줄 수도 있잖아.'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말인데 이왕이면 가시를 다 빼버린, 덜 뾰족한 말을 해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람 마음이 모두 나와 같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이마저도 나의 욕심이다.

출처: 픽사베이(pixabay)

얼마 전 회사 전보 시즌이었다. 인사 문제는 앞으로의 회사 생활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이슈다. 그렇기에 전보 시즌만 되면 회사가 뒤숭숭하거나 떠도는 낭설들도 많다. 근무 희망지를 작성하기 전 나도 관련 정보를 좀 더 얻기 위해 노력했다.


동기에게도 연락해 인사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의 이야기를 한참 듣던 동기는 갑자기 '어딜 가나 마찬가진데 인사이동 한다고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몰라'라고 말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나를 표적으로 한 말인가 하는 생각부터 별별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렇다. 내가 생각이 많은 참 많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친구라면 좀 더 다정한 문장으로 말해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내심 서운한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언젠가 엄마는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내게 '사람이 모두 너와 같지는 않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모든 사람이 내 마음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내 마음 같기를 내심 바랐다. 이런 큰 기대는 금세 무너졌고 종종 내 마음은 파편이 됐다. 그 파편은 내 마음을 마구 찔렀다.  


내가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사람들이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조그만 부분에도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 것이다. 날카로운 말들이 내 마음으로 날아올 때면 가끔씩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자. 그럼 잔뜩 흐려진 기분도 한결 가벼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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