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의 고군분투 직장 생존기 EP④ ] 회사 워크숍 잔혹사
올해 가장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다면? 그중 하나는 회사 워크숍일 것이다. 워크숍은 내게 참 어렵고도 불편한 자리다. 팍팍한 회사를 떠나 코에 바람을 넣는다며 즐거워하는 동료들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착잡한 마음이 많이 든다.
워크숍이 불편한 이유는 한 가지다. 속마음을 터놓을 만큼 친분이 두텁지 않은 사람들과 보내야 하는 시간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나는 말수가 적은 편이다. 그렇지만 말을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아무 말을 해도 받아줄 수 있을 만큼 허물없이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면 쉴 새 없이 재잘거린다.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고 친분도 두텁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는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특히 사람들이 4명 이상 모인 자리에 가게 되면 이러한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3명보다는 4명부터가 좀 더 불특정 다수라는 느낌이 강하고 그 불특정 다수의 대상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쑥스러웠다. 또, 굳이 내가 말을 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발언으로 그 시간이 채워지기도 했다. 이렇듯, 워크숍은 내가 긴장할 수 있는 모든 요소의 총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언니! 언니는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
올해 회사 동기 워크숍에서 셀 수 없이 들었던 말이다. 돌이켜보면 워크숍을 비롯해 회식, 모임 등 다수의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 자신을 설명하기 바쁘다. ‘아니야! 나 원래 말 되게 많은데 낯가려서 그래. 친해지면 말 엄청 많아!‘라고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는 내 자신을 보고 있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관심 분야에 대한 대화가 이어지면 심기일전해 참여할 타이밍을 노리기도 한다.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어서도 안되며 좋은 인상을 줄 타이밍이 언제일까. 주저하며 다른 사람들의 입만 보는 사이, 내 속은 타들어간다. 결국 입도 빵긋 못하고 대화는 끝이 난다.
그렇게 동료들과 잘 어울리겠다는 목표 근처도 가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착잡하고 마음이
무겁다. 워크숍에 참여했던 동료들은 누구 하나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레 긴장하고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다.
매번 반복되는 워크숍 잔혹사에서 조금이나마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끝이 없는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인간관계든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자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타인과의 관계에서 부담감을 느끼는 이유도 혹시나 실언을 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친한 사람들이랑만 어울리며 살 수는 없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없다.
조금만 내려놓고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을 조금 버리자. 그렇게 되면 워크숍도 더 이상 불편한 자리가 아닌, 즐거운 순간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