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홈런 Dec 31. 2023

힘든 하루를 보냈을 너에게

[내향인의 고군분투 직장 생존기 Epilogue] 이런 나도 괜찮다

문득 내 자신이 사회 부적응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그 자체로 즐기지 못하고 눈치보기 바쁘다. 표현도 서툴고 생각도 많고, 한 마디로 좀 피곤한 성격이다.


어렸을 땐 구름 위에 있는 것처럼 세상이 산뜻했는데, 오늘날의 난 세상이 참 버겁다. 첫 출근을 마치고 자취방에 누웠을 때, 나를 엄습해 오던 서늘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참 외롭고 힘들었다. 아무 옷도 입지 않고 냉골에 마음을 갖다 대 한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다.


정말 취업만 하면 다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내 착각이었고 오히려 새로운 고통의 시작이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지만, 적어도 나는 나의 성격으로 사회생활을 헤쳐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렇기에 퇴근만 하면 그대로 뻗는 날이 많았다. 풍요롭던 감정은 단조로워지고 슬픔에 압도되기도 했었다. 자기 연민적 어조로 들릴 수도 있지만, 내가 사회생활을 하며 느꼈던 감정이다.

출처: 픽사베이(pixabay)

그러던 내가 최근 상을 받았다. 독립적 개체보다는 풍경에 가깝던 내가 상이라니? 나를 추천한 과장님은 말수가 적지만 우직하게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참 고맙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풍경에서 독립적 개체가 되는 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나는 낯가림도 심하고 부끄러움도 큰 내 성격을 내심 부끄러워했다. 그렇기 때문에, ㅇㅇ씨는 원래 그렇게 조용해? 말이 없어?라는 질문을 자동반사적으로 부정하며 내 자신을 설명하기 바빴다. 친해지면 말도 많고 활발하다고.


하지만 냉정하게 그 설명은 변명이었다. 나는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사람이 맞다. 친화력이 좋고 외향적인 사람을 동경해 온 내 자신에 맞게 내 또 다른 자아를 만들려 했었다. 내 성격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오히려 탓하기 바빴다.


부끄러움이 많고 말수가 적은 성격은 흠이 아니다. 오히려 더 신중하고 꼼꼼하게 일 처리를 할 수도 있다. 표현에 서툴고 생각이 많은 것도 상대방을 더 배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람들과 친화력 있게 어울리지 못하고 목소리를 잘 내지 못 낸다는 부분에서 상심할 수 있다. 하지만 내향인만이 가진 장점도 크다. 내향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들에 더 초점을 두고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세상이 다시 산뜻해지지 않을까. 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그동안 두서없는 글 읽어 주셔서,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다시 한번 우리 존재 파이팅.

이전 15화 샤워하다가 회사 생각이 들 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