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홈런 Dec 27. 2023

샤워하다가 회사 생각이 들 때

[내향인의 고군분투 직장 생존기 EP⑭] 퇴근하면 업무 생각 차단하기

퇴근 후 가장 끔찍한 순간이 있다면, 바로 집에서도 회사 생각을 멈추지 않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때다. 취업을 한 이후 주말을 온전하게 즐겨본 적이 그리 많지는 않은 듯하다. 샤워를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다음주 해야 할 업무들, 미처 마무리하지 못하고 나온 업무들에 대한 생각이 종종 나를 괴롭혔다.


몸은 일찌감치 퇴근했지만 내 정신은 아직도 퇴근하지 못한 것이다. 생각의 고리가 조금만 느슨해지면 회사에 대한 생각이 그 빈틈을 공략한다. 그렇기 때문에 출근을 앞둔 일요일 오후부터는 월요병이 더욱 심해진다. 평범한 일상이 업무에 대한 걱정으로 물들면서 나는 어느새 월요병 말기 환자가 된다.


인터뷰 대상자 섭외를 해야 했던 적이 있다. 섭외가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자 내 마음은 초조해졌고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업무 걱정을 하며 보냈다. 무거운 마음은 약속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게 했고 급기야는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인터뷰 섭외 리스트를 다시 작성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한다고 일이 잘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다. 휴식만 해도 모자란 주말에 온전하게 쉬지 못했고 업무도 큰 진척이 없었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하려다 보니 하나도 제대로 못하게 되었다. 쉴 때는 쉬고 일할 때는 일만 하라는 말이 머리를 스쳤다.

출처: 픽사베이(pixabay)

그러고는 '나는 회사를 왜 다니는 것일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되었다. 나의 일상을 좀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해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것이지, 내 하루를 회사에 잠식당하려고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회사는 회사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이다.


그때부터, 회사에서의 나와 일상에서의 나를 분리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직장에서는 회사원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퇴근 이후부터는 본연의 내 모습대로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면서 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퇴근과 동시에 회사에 대한 생각을 점차 멈춰야 했다.


업무 시간 이후 회사에 대한 걱정을 한다고 해 엄청난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시간대로 흐르고 남는 것은 스트레스뿐이다. 한층 더 착잡한 마음으로 출근을 하게 될 것이고 회사에 있는 시간이 더욱 고통스러워질 수 있다.


그동안 조금만 어렵거나 새로운 일이 주어지면 내 하루가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회사가 내 기분을 좌지우지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힘들더라도 퇴근과 동시에 업무에 대한 생각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주말을 좀 더 온전하게 보내며, 업무에 대한 짐도 덜 수 있지 않을까.

이전 14화 사람은 좋은데 인간관계는 힘들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