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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육도씨 Oct 19. 2020

V.O.I 라떼 - 바캉스 온 아일랜드

20.10.16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최근 한 달 글이 뜸했던 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전시 프로젝트에 작가 중에 한 명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안 그래도 이전에 스태프로 참여하기로 했던 공연이 코로나로 인해 취소된 적이 있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다.

몇 주간에 걸쳐 회의와 회의 이후 작업의 진행과 수정이 반복되다 보니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사색을 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했다.

회의는 주로 비대면으로 이루어졌지만, 부득이하게 밖에서 회의가 이루어질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쉬는 시간에 잠깐 카페에 들르곤 했는데, 원두의 향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마저도 10분 남짓이라 음미할 여유도 없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보내니 한 달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 오늘이 되었다.

  동선 체크와 리허설 시간을 기다리면서 바로 옆에 있던 카페에 들렀다. 그곳의 이름은 바캉스 온 아일랜드로, 문 앞에 강아지가 있다는 안내가 있었지만 아쉽게 이번엔 만나지 못했다. 어쨌든 처음 가는 카페는 항상 그렇지만 그곳의 시그니쳐를 맛보는 것이 인지상정.

아이스로만 주문할 수 있어 단순하게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라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음료를 받아보니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커피는 모래사장, 청량한 파란색 시럽과 우유 층이 한 눈에도 바다를 떠올리게 했다. 마실 때엔 모양이 망가지는 게 아쉬워도 우유와 시럽을 잘 섞어서 마셔야 한다. 바다가 사라져도 코코넛 냄새가 나는 달달한 라테는 카페의 이름과 잘 어울리는 맛이다.


이번 기회를 빌려 시도해 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지만, 막상 실제로 시연해보면 장비나 주변 환경의 문제로 예상과 달리 실현이 잘 안 되는 것들도 있었고, 개인 작업이 아니라 여러 작가님들이 참여하다 보니 전시의 맥락이나 동선 때문에 수정된 사항도 많았다.

어느 정도 아쉬움이 남기는 했어도, 여러 작가님들을 비롯해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된 것, 그리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깨닫게 된 것, 앞으로 배워야 할 부분이나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을 알게 되어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이런 시국에 공연이 취소되지 않은 것이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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