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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육도씨 Sep 12. 2020

보늬 밤 밀크티

20.08.12

할머니 댁 뒷산에 밤이 열렸다.  깜짝할  벌써 가을이 왔나 보다.
밖에서는 안 그래도 집에 있을 , 귀찮을  말고는  하나를 그냥 먹는 일이 없다. 조금이라도  맛있게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이번에도 그렇다. 보늬 밤 조림을 만들었다.

재료는 간단해도  껍데기를 까는 것부터 은근히 손이 많이 간다. 최대한 율피가 벗겨지지 않도록 까야한다. 그래야 밤을 삶는 동안 밤이 부서지지 않는다. 하룻밤을 베이킹 소다를 넣은 물에 담가놓으면 물이 검붉은 색으로 변한다. 그대로 냄비에 삶고 30 정도 끓인다.
중간중간 거품이 생기면 국자로 거품을 걷어낸다. 삶고 나면 체에 밭쳐 밤만 걸러낸다.
차가운 물에 율피가 벗겨지지 않도록 겉에 붙어있는 것들만 살살 벗겨낸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물과 냄비에 넣고 30 끓이기를 세, 네 번 정도 반복.
그리고 마지막은 설탕을 넣고 끓이는데, 여기에 간장을 아주 조금 넣으면 짭조름한 맛이 나서 맛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간장은 생략했다. 대신 브랜디를 넣었다. 원래 럼을 넣으면  좋았겠지만, 우리 집엔 럼은 없고 대신 출처를   없는 브랜디가 창고에서 묵혀지고 있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도 안 나와서 반신반의했지만, 뚜껑을 따 보니 달콤한 말린 과일 냄새가 났다. 그렇게 국물이 졸아들 때까지 기다리면 완성.

열탕한 유리병에 옮겨 담아 식히는 동안 끓이면서 부서진 알밤은 긁어모아 우유를 조금 넣고 믹서에 갈아 페이스트로 만들었다. 이것도 그냥 먹을  없지. 밀크티와 섞어마시기로 했다.
고소하면서도 달달한 바밤바 맛도 나는 듯했다. 그래도 아직 뭔가 심심한    조림할  넣었던 브랜디를 조금 부었더니 밀크티의 맛이 완성되었다. 향도 맛도 완벽한 숙성된 으른의 . 별이 다섯 개!(?) 잊히고 있던 브랜디의  탄생이다.

9월이 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날이 선선해지고 그에 따라 마음도 공허해졌다.
나는  계절  타는 타입의 인간이다. 사계절  가을을 가장 좋아하지만 가장  타는 계절도 가을이다. 마음이  비었으니 배라도 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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