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30
드디어 막걸리 만들기 체험에서 만들었던 나의 막걸리 1호를 개시했다.
거의 10일 동안 다른 사람들이 불멍, 물 멍, 풀 멍을 하는 동안 나는 술 멍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두밥과 물, 누룩을 섞은 첫날부터 탄산이 보글보글 올라와 톡톡 터지는 소리가 나고, 밥알이 위로 들썩들썩 움직이며 떠오른다. 술이 만들어지고 있구나 하는 기대감에 그 모습을 한참을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았다.
삼일 정도는 가라앉은 술지게미를 저어주면서 조금씩 맛을 봤는데 웬걸,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막걸리 냄새도 나고 막걸리의 새콤한 맛도 났다. 바로 걸러 마셔도 맛있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처음은 매뉴얼대로 가야 하니까 일주일만 정도만 더 참기로 했다.
막걸리 개봉을 앞두고 다시 냄새를 맡아봤는데, 냄새가 코를 찌른다는 말은 은유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삭힌 홍어를 처음 먹어봤을 때도 코가 뻥 뚫리긴 해도 괜찮았는데, 알코올 때문인지 갑자기 훅 들어오는 막걸리 냄새가 나의 콧 속을 푹 찔렀다. 마치 이쑤시개로 찔린 것처럼 아팠다. 화학 약품 냄새를 맡을 때처럼 손 바람으로 냄새를 맡았어야 했나 보다. 음 강해졌구나 막걸리 1호. 이제 개시해도 된다는 뜻이겠지?
위에 맑은 부분만 떠내면 동동주처럼 마실 수 있는데, 막걸리를 빨리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미처 맛보는 걸 잊고 면포로 걸러냈다.
보통 마트에 파는 막걸리들은 두 번, 세 번 덧술을 한 삼양주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만든 막걸리는 덧술 없이 한 번의 발효과정만 거친 단양주. 그래서 다른 막걸리보다 탄산과 단맛이 덜하고 도수는 조금 더 높다. 산미가 강하다 그래서 식초가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영락없는 막걸리 맛이었다. 대신 도수가 좀 더 높아서인지 술의 쓴맛이 조금 났다. 달달한 술보다 드라이 한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 입맛에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 엄마가 김장이 끝나고 가져온 수육 보쌈과 함께 먹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김장하러 갔다 왔다면 분명 막걸리도 술술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 수육 보쌈도 맛있지만, 이 맛에는 뭔가 바삭바삭한 파전이나 부침개가 제일 잘 어울릴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역시 파전에 막걸리는 조상들의 지혜인 것인가?
어찌 되었든 직접 만들어서 맛도 보고, 아주 약간이지만 아는 게 생기니 조금 더 욕심이 생긴다. 조금 더 공부해서 더 맛있는 막걸리, 술을 만들어보고 싶다. 나중 가서는 술 담기 위한 장인이 만든 숨 쉬는 항아리를 살 지도 모를 일이다. 코로나 19가 종식되면 곳곳에 있는 양조장 투어를 가야겠다.
* 과도한 음주는 몸에 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