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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육도씨 Dec 25. 2020

포트넘 앤 메이슨 어드벤트 캘린더

20.12.01~20.12.24

그날의 운세는 그랬다.

감정에 치우칠 수 있으니 주의해라.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흥분하기 쉬우니 점심에는 먹지 마라.

그날 저녁은 마라탕이었다.

그리고 충동으로 주문해버렸다.

그래도 24일 동안 매일매일 3000원 꼴로 일일이 고를 필요 없이 종류별로 차를 맛볼 수 있으면 이득 아닐까?

들어있는 것도 랜덤이니 매일을 기다리는 설렘도 있고. 올해 어떻게든 버텨낸 나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매일매일 그리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이나마 낙서와 함께 사진을 올려보기로 했다.

12월 1일 크리스마스 블랙티

12월 1일의 차는 크리스마스 블랙 티. 티백에는 홍화꽃이 들어있어 너무 예뻤다. 정향과 클레멘타인(귤에 가까운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인듯하다) 등 여러 가지 향신료 냄새가 나는 홍차. 1일부터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라는 뜻일까? 벌써 두근거린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가 오고 24개의 차를 모두 마셨다.

원래는 동심을 갖고 매일매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길 기대하며 한 잔씩 마시는 걸 기대했는데, 나이가 먹어서인지

기대하기는커녕 하루하루 죽음을 카운트 다운하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올해는 특히나 코로나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매일 다른 차를 마시면서 나의 취향을 알아가는 일은 좋은 일이다.

클래식 티, 인퓨전 티,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가향차 등등. 평소 접해본 적 없는 재료도 있었다. 진의 재료로 쓰이는 주니퍼 베리(노간주나무 열매)라던가. 맛이 궁금해서 티백을 뜯어서 조금 씹어봤는데, 구취제거에 좋을 것 같은 냄새가 났다. 또, 감초(liquorice 민감초)도 종종 들어가 있었는데 처음은 씁쓸하다 끝으로는 은은한 단맛이 감돌았다.

12월 1일 - 크리스마스 블랙 티

12월 2일 - 모로칸 민트 티

12월 3일 - 캐모마일 & bee pollen(벌 꽃가루?)

12월 4일 - rose pouchong 로즈 포총? 검색해보니 보총은 일종의 우롱차인 듯하다.

12월 5일 - countess grey 얼 그레이 홍차의 유래인 찰스 그레이의 부인. 레이디 그레이처럼 얼 그레이에 변형을 준 차인 듯하다.

12월 6일 - 아쌈 TGFOP(Tippy Golden Flowery Orange Pekoe 찻잎의 등급 중 하나)

12월 7일 - rhubarb(루바브) 라즈베리 nettle(서양 쐐기풀?) 루바브는 쌈 채소처럼 생겼는데 맛이 새콤해서 설탕을 넣고 콩포트처럼 만들어 먹는 모양이다.

12월 8일 - 플럼, 사과 & 시나몬

12월 9일 - 얼 그레이

12월 10일 -  rose pouchong 로즈 포총

12월 11일 - 아쌈 TGFOP

12월 12일 - 엘더 플라워, 딸기 & 장미

12월 13일 - 브렉퍼스트 블렌드

12월 14일 - 로열 블렌드 1907년 영국 왕 에드워드 7세를 위해 만들어진 실론과 아쌈을 섞은 차라고 한다.

12월 15일 - 감초,  박하 & 레몬 버베나

12월 16일 - 현미 녹차

12월 17일 - 로열 블렌드

12월 18일 - 차이

12월 19일 - 진&토닉 향 녹차

12월 20일 - 다즐링 FTGFOP(Finest Tippy Golden Flowery Orange Pekoe)

12월 21일 - 바닐라 누가 향 홍차

12월 22일 - 살구, 꿀 & 라벤더

12월 23일 - 레몬 커드(레몬 파이 같은 데 들어가는 레몬 잼) 향 녹차

12월 24일 - 크리스마스 그린 티


12월 3일 카모마일 & 벌 꽃가루, 12월 4일 로즈 포총과  ON 생과방 이벤트로 받은 밀키트로 만든 서여향병


12월 7일 루바브, 라즈베리& 서양 쐐기 풀, 12월 12일 엘더플라워, 딸기 &장미 12월 16일 현미녹차
12월 18일 차이 티, 12월 19일 진& 토닉 가향 차
12월 24일 크리스마스 그린 티



대충 정리하면 이런 느낌. 잘 몰라도 어떻게 우리는 게 제일 맛있는지, 우유를 붓는 게 더 맛있는지, 적당한 물의 온도 등이 패키지에 적혀있어 어렵지는 않았다.

심플 이즈 베스트라고 아쌈이나 다즐링 같은 클래식 티는 역시 맛있다. 특별히 가향하지 않아도 찻잎 고유의 향이나 맛은 깔끔하고 맛있다.

홍차나 녹차 같은 찻잎을 사용하지 않은 인퓨전도 각각 나름의 매력이 있다. 다만 시트러스 계열이 아닌 과일이 들어간 인퓨전은 나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봐야겠다. 겨울이라 뜨겁게 마시기는 했지만 어떤 건 차게 마시는 게 더 맛있을 것 같은 차도 있었다. 또, 꿀이나 탄산 수를 섞는다던지. (히비스커스 같은 새콤한 맛이 나는 차는 차갑게 해서 설탕 시럽을 넣어 마시면 새콤달콤해서 정말 맛있다)

차이 티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데,  포트넘 앤 메이슨의 차이 티는 내가 여태껏 마셔봤던 차이의 향이 아니었다. 티백에서는 정향이나 카르다몸의 향 대신 강렬한 카레 향이 났다. 그래서 우유를 부어도 은은하게 카레 맛이 나는듯한 기분도 들었다. 그래도 차이 티는 맛있다.

모든 차의 향이 너무 좋았지만 내 취향인 차를 세 가지를 고르면 크리스마스 블랙티, 캐모마일 & 벌 꽃가루, 바닐라 누가 향 홍차.

크리스마스 블랙티는 내가 좋아하는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듯하다. 정향이라던가 클로브라던가 정향이라던가.

캐모마일 티는 원래도 달달한 향이 나지만 꿀의 달콤한 냄새가 더해져 달콤함이 두배가 되었다. 꿀도 넣어 마실걸. 달콤함으로 심신의 안정이 되는 차.

그리고 바닐라 누가 향 홍차는 바닐라의 달달하고 고소한 향이 난다. 내가 홍차에 입문하게 되었던 계기인 마리아쥬 프레르의 웨딩 임페리얼도 달고 고소한 향이 났었다.

내 취향은 달콤한 향이 나는 차인가 보다.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게 제일 좋다고 적혀있었지만 고소한 향이 나는 차는 우유가 안 어울릴 수 없다며 우유를 부으려 했는데,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정말 맛있다. 근데 우유 부어도 맛있다!!

패키지에 이미 남은 티백은 없지만 코를 들이밀면 아직 진한 차의 향기가 남아있다. 이것저것 섞여있지만 달달한 향기. 아쉽지만 올 해도 이렇게 간다.

내년에도 통장이 텅텅 비어있지만 않다면 또 주문해야지. 동서 식품이나 오설록 같은 우리나라 브랜드에서 단발성 이벤트로 2주 패키지 정도로 나오면 재밌을 거 같기는 하다.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티백을 모아서 나만의 캘린더를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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