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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육도씨 Jan 23. 2021

뱅쇼

21.01.21

(친구가 끓여준) 뱅쇼

오늘은 웹툰 작가인 친구 집에서 하룻밤 자기로 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미술학원에서 만나 대학 입시까지 함께했다. 서로 다른 대학에 진학했지만 여전히 연락을 하고 지낸다.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을 때는 고등학교 시절이다. 공부도 최선을 다한 건 아니어도 나름 열심히 하기는 했었고, 그림도 밤을 새워가며 그리고, 영화도 밤을 새우며 보곤 했다. 아무튼 좋아하는 것에 대해 가장 열정을 가졌을 때였던 것 같다.(공부는 빼고) 그렇다고 성적이나 그림 실력이 좋았던 건 아니고 롤러코스터 타듯 오락가락했다. 그에 비해 내 친구는 그림도 공부도 열심히라 나보다 성적이 항상 위였다. 지금은 웹툰 작가님이 되어 멋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10여 년이 지나고 서로의 길을 걷고 있어도 미대 실기 시험을 앞두고 동고동락했던 시간은 여전히 추억으로 남았다.

이번은 내가 아닌 친구가 끓여준 뱅쇼를 마셨다.
작년도 그렇지만 집에서 혼자 뱅쇼를 끓여봤는데,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만 알았지 그게 얼마나 들어가는지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몽땅 다 때려 넣었으니까. 와인 한 병에 정향도 한 움큼은 넣었는데, 알고 보니 와인 1리터당 몇 알이면 충분했다. 레몬도 껍질 정도만 넣어 향을 내면 될 일을 하나를 다 넣었으니. 어쩐지 뭔가 밖에서 사 먹었던 것과는 맛이 다르다 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따로 과일 손질할 필요 없이 와인에 뱅쇼 만들기 키트에 들어있는 재료만 넣고 끓이면 완성. 만드는 것도 간편하지만 맛도 내가 만들었을 때 보다 훨씬 맛있었다.
맛있다고 후루룩 마시는 동안 사진 찍는 것도 잊어버렸다.


여전히 친구와 만날 때마다 고등학교 시절의 기분이 들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역시 우리가 어른이 되긴 했나 보다. 지금 하는 일, 운전면허나 주식 얘기를 하거나 다른 친구가 벌써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거나. 나도 모르는 사이 주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게 아니라 나만 제자리에 멈춰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다들 멋진 어른이 되었구나. 올해는 열심히 해서 나도 빛나는 친구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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