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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육도씨 Dec 31. 2021

궁온, 문배술

2021.12.31

벌써 올 해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새삼스러워도 수고한 건 수고한 거니 어떻게든 또 한 해를 버텨낸 걸 자축하기로 했다.

연말에는 궁궐 활용 프로젝트 궁온에 참여해서 선물로 궁온 찻잔을 받았다.

단순하게 궁궐을 온라인으로 체험할 수 있어서 궁 on인 줄 알았는데 조선시대에 임금이 백성에게 내려주는 술이 궁온(宮醞)이라고 한다. 그런 숨겨진 뜻을 알게 되니 참 흥미롭다. 임금님께 하사 받은 술을 마시는 기분으로 카운트다운을 세야겠다.

이런 술잔에는 아무래도 양주보다는 전통주겠지?  주상전하께서 친히 까베르네 소비뇽을 내리셨느니라. 하면 이상하니까. 마트에 가는 길에 뭘 사면 좋을까 고민하다 지금은 백세시대니까 백세주를 사야겠다 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트에 백세주가 똑 떨어졌다. 또다시 고민을 했다. 초록병 소주는 임금님이 하사하셨다기엔 혼자 마실 거라 왠지 청승맞은 느낌이고, 막걸리도 맛있지만 막걸리는 대접으로 마셔야 제맛이다. 그렇다고 진짜 임금님이 내려주셨을 것 같은 술을 사기엔 조금 부담이 갔다. 백화수복은 양이 너무 많다. 그렇게 해서 고른 건 문배술. 알고 보니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문배나무의 과실 향이 난다고 해서 문배술이라고 한다. 문배나무의 과실 향이 어떤지 맡아본 적이 없어 잘 모르지만, 보통 소주의 알코올 향이 아니라 탁주 같은 데서 맡을 수 있는 과일 향에 가깝다. 맛은 달지 않고 드라이해서 짭짤한 안주가 어울릴 듯하다. 늦은 밤에 이모가 껍질을 까두 신 밤을 몇 알 간장 설탕을 넣고 조렸다. 오랫동안 조린 게 아니라 쫀득한 맛은 없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안주다.

임금님이 하사하신 술은 그만큼 고생한 걸 보상받는 기분이다.

글을 쓰다 보니 자정이 가깝다. 올해는 글을 많이 쓰지 못했지만 내년은 열심히 써야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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