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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티드 캐러멜 라테

2020.04.14

by 십육도씨

솔티드 캐러멜 라테를 마시고 싶어 또 굳이 굳이 캐러멜 소스를 만들었다.
내 감만 믿고 소금을 약간 더 넣었더니 너무 짠 캐러멜 소스가 만들어졌다.

요리는 확실히 과학이라는 것을 체감했다. 건축에 설계가 필요하듯 요리를 할 때 정확한 계량이 필요한 이유는 인간의 감각이 정확할 때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론 자신을 너무 신뢰해서는 안된다. 또 재료의 성분에 따라 대체 가능한 것들이 있고, 대체하더라도 특성에 맞게 양 조절을 다시 해야 한다.
캐러멜 소스에 설탕이 약 50그람이 들어가면 소금은 고작 2~3그람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내가 쓴 설탕은 갈색 설탕으로 정제 설탕에 비해서 덜 단편이니 비슷한 맛을 내려면 정백당을 사용할 때 보다 조금 더 넣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혀는 음식의 성분이 수용성인지 지용성인지, 고온인지 저온인지에 따라 맛을 다르게 느끼지만 단맛보다는 짠맛을 더 잘 느끼게 되어있는 구조인 것 같다. 마치 비슷한 크기의 행복과 고통을 느꼈을 때 행복했던 기억은 잘 기억 안나도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오래가는 것처럼. 몸에서 보내는 경고 신호 같은 일종의 생존 본능 같은 건 아닐까?
그래도 인생에도 약간의 굴곡이 있어 무언가를 이뤘을 때 소소하게나마 행복이 느껴지는 것처럼 적당히 짠맛은 단맛을 더 극대화시켜준다.
막상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데 실패를 하니 별에 별 생각이 다 든다. 실험 삼아 조금만 만들어서 다행이다.
수학 시간에 방정식도 겨우 이해했는데 함수 그래프 진도에서 잠깐 딴생각을 했더니 이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고 생물(교과서에 동식물 사진이 많이 나와서 재밌었음) 제외 이과 계열 과목들과 멀어졌는데 좀 친하게 지낼걸. 이렇게 수학의 정석 집합 교집합에서 책을 덮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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