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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육도씨 May 10. 2020

영화 감상문 - 미스 리틀 선샤인

20.05.09 초콜릿 아이스크림

비가 와서 눅눅한 날엔 그냥 그 감성을 즐겨도 좋지만 녹차나 백차를 우려 마시면 한 층 산뜻해진 기분이 든다. 또 이런 때 (또는 마음속에 비가 왔을 때) 보면 좋은 한 줄기 햇살 같은 영화가 있다.
그리하여 오늘의 추천 영화는 ‘미스 리틀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 2006)’이다.
종종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을 때 보면 좋은 영화다.

 올리브는 지역 어린이 미인대회에서 2등을 했다. 하지만 1등이 살 빠지는 약 때문에 그 자리를 박탈당하고, 2등이었던 올리브는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에 참가 자격을 얻게 된다.
 올리브와 실패하지 않는 9단계를 강의하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교수 아빠, 그런 아빠가 마음에 안 드는 엄마, 항공학교 들어갈 때까지 묵언 수행을 하고 있는 오빠, 마약을 하다 걸려서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의 경쟁자와 사랑에 빠지자 직장도 잃고, 경쟁자가 자신을 제치고 재단에서 주는 큰 상을 받게 되자 자살을 시도한 외삼촌이 여기저기 고장 나 멀쩡한 게 없는 노란 폭스바겐 미니 버스를 타고 리틀 미스 선샤인 대회에 가는 동안에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 내용이다.
 
초반에 지나가듯 나오는 장면이지만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7살짜리 어린이 올리브는 어른들이 만들어낸 ‘예쁜 ‘기준에 속해있지 않았다. 통통하기 때문이다.
리틀 미스 선샤인 대회에 가기 전 들른 식당에서 올리브는 ‘아라 모디 a la mode’라는 아이스크림을 주문한다.
성공하는 것에 집착하는 올리브의 아빠 리처드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살이 찐다며 만류를 한다.
올리브는 아이스크림을 포기하려고 한다. 그때 다른 가족들이 일부러 올리브의 아이스크림을 조금씩 뺏어먹자 그제야 올리브는 아이스크림 한 숟갈을 맛본다. 올리브의 표정은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볼 땐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준비해 먹으면서 본다.
하지만 나는 으른이니까 초콜릿 아이스크림에 깔루아를 조금 부었다.(여기에 생크림을 추가하면 더 맛있다)


 다시 돌아와서, 그 장면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는 건 남들의 기준(마른 몸매)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는 일을 멈추는 것이다. 특히 아이스크림의 이름 a la mode는 유행을 뜻하는 프랑스 어라고 외삼촌 프랭크가 설명해 준다. 그러니까, 유행이나 남들이 만든 기준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것에 대한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이 미인대회도 그렇다. 미인대회는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행사인 걸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리틀 미스 선샤인 대회에선 어린이들이 어른 같은 짙은 화장을 하고 어른 같은 옷을 입고 인위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성인 여성들의 누군가에 의해 정해진 미의 기준으로 외모를 품평하고 성 상품화하고 누가 아이들은 그것을 보고 따라 하게 만드는 이상한 행사일 뿐이다.
 하지만 올리브는 그런 기준 따위는 무시하고 그저 최선을 다해 할아버지에게 배운 춤을 보여준다. 그리고 가족들은 올리브와 함께 춤을 추며 응원을(어린이 미인대회 따위에 엿을 먹인)한다.

 후반에 올리브의 오빠 드웨인이 말한 것처럼 세상은 미인대회의 연속,
어쩌면 끝없는 경쟁사회 속에 어떠한 기준에 맞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남들이 만들어낸 기준이다. 그 기준에서 조금 벗어난 삶을 산다고 패배한 삶을 사는 것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 영화를 보고 깨달았다. 인생에 해가 뜰 날이 온다는 비유처럼 지금은 그리 행복하지 못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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