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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육도씨 May 21. 2020

화이트 러시안

02.05.20

화이트 러시안

 깔루아 조금에 우유를 타서 마시면 ‘깔루아 밀크’라는 아주 간단한 칵테일이 완성된다. 만들기도 쉽고 달달한 커피 우유 같은 맛이라 내가 자취하던 시절 즐겨 마시곤 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세계 주류점이 있는데, 갈 때마다 사장님이 출타 중이셔서 빈손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러다 하루는 치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그 앞을 지나갔더니 운이 좋게 열려있어 깔루아와 보드카를 한 병씩 샀다.
 매번 깔루아 밀크만 마시다가 깔루아 병에 깔루아를 응용한 칵테일 레시피가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중 하나가 화이트 러시안이다. 예전에 외국 드라마를 보다 몇 번 언급된 적이 있어 어떤 맛인지 궁금했는데, 이번에 만들어보기로 했다.

 만드는 법은 정말 간단하다. 보드카와 깔루아 그리고 생크림(또는 우유)을 같은 비율로 잔에 부어 넣으면 된다. 여기서 생크림이 빠지면 블랙 러시안, 보드카 대신 크림 리큐어인 베일리스를 넣으면 블로우 잡이란 칵테일이 된다.(아무리 야한 이름의 칵테일이 맛있다는 풍문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왜 저런 선정적인 이름을 붙이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해하고 싶지도 않지만)
 마시고 보니 내 입맛에는 단맛이 너무 강하고 크림은 그냥 넣으면 좀 무거운 듯해서 다음 잔은 깔루아의 비율을 적게 하고 크림은 너무 단단하지 않은 정도로만 거품을 내서 올렸다. 단맛은 잡았지만 깔루아 밀크에 익숙해서 그런지 크림보다는 우유를 넣는 게 더 취향에 가까웠다.

 사실 이번에 깔루아는 재난지원금 들어온 김에 큰 맘먹고 샀다. 옆에 있던 위스키는 눈독만 들이고 다음을 기약했다. 언젠가 자취를 하고 금전적 여유가 생기면 리큐어를 조금씩 모아서 칵테일 바처럼 꾸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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