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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육도씨 Jul 22. 2020

카페 이피(EE, FY) 이피 코피

20.07.21

카페 이피(EE, FY)

누군가에게 갑자기 만나자고 연락이 오면 나는 항상 준비된 사람은 아니지만, 이번엔 의도치 않게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졌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요가를 한 시간하고 샤워를 한 (다음 그대로 몇 시간 기절했다 일어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연락 온 친구는 같은 동네에 살다가 최근에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는데, 이번에 읍사무소에 전출 신고하러 온 김에 다른 동네 친구와 함께 만나기로 했다.
 마침 일정도 없고, 그동안 카페에 갈 일이 드물기도 했고, 친구들의 일정이 일정치 않아 자주 만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모처럼의 만남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카페 이피는 식물 키우는 데에 재미가 들린 내가 식물원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가 발견한 카페이다.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 중간중간 친구들과는 나고 자란 동네가 가까워서 그런지 서로 기억나는 것들이 겹치는 장소가 있었다. 그중 한 곳은 지금은 없어졌지만 열차 칸을 개조한 라이브 카페. 나는 그곳을 할머니 댁을 오가며 보기만 했지 막상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한창 수다를 떨다 보니 금세 카페에 도착했다.

 우리의 목적은 하나, 크로플이었다.  사실 sns 상에서 유명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딱히 큰 기대 하지는 않았었다. 그냥 크로와상 생지를 와플 팬에 구운 거 아닌가? 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맛있는 것이었다. 따끈하고 고소한 빵과 차갑고 달달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조화. 한 조각 먹어보고 괜히 인기가 있는 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카페에 가면 꼭 마셔봐야 할 시그니쳐 커피. 이피 코피는 코코넛 크림이 올라간 커피로 코코넛 튀일과 함께 나온다. 이 커피를 마실 때는 코코넛 크림을 섞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마셔야 한다고 한다. 역시 코코넛이 들어간 커피는 웬만해선 실패하지 않는다. 이대로 커피만 마시고 끝나는 건 아쉽다.

 나온 김에 2차로 친구 집 근처 식당에 갔다가 내가 노래, 노래를 부른 식물원을 갔다. 원래는 코로나 19로 휴관을 하고 있었지만 마침 오늘부터 일부만 개방을 시작했다. 여름이라 그런지 꽃보다는 초록빛이 무성했다. 어떤 나무는 이미 꽃이 지고 열매가 맺혀있었다. 특히 포도 덩굴에 청포도가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려있었지만 구경만 했다(식물원에서의 꽃과 열매 등의 무단 채취는 불법으로 과태료가 징수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포도는 마트에서 사는 걸로. 그래도 식물에 둘러 쌓이니 마음의 평화가 온 것 같다. 제충국처럼 벌레들이 기피하는 식물도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벌레도 많지 않았고 모기에도 물리지 않았다. 가을에 또다시 와서 내가 좋아하는 금목서를 보고 와야지.

 하루 동안 알차게 여기저기 다니며 먹고 구경도 했다. 친구들이 하나 씩 면허를 따면서 운전하는 걸 옆에서 보면 성인이 된 지 한참 지났지만 진짜 어른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도 언젠가 면허를 따서 친구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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