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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육도씨 Aug 06. 2020

산딸기 주(酒)

20.08.06

산딸기 주
 올해 지금 집에서 산지 2n 년 만에 처음으로  에어컨이 설치되었다.
얼마 전부터 계속되는 호우로  안팎이 습해졌다. 참다못해 결국 냉방과 제습을 틀었는데,  문물의 위력은 가히 우리 집안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어떻게 선풍기 바람으로만 살았는지.
 
 사이 나는 잊고 있던 술을 꺼냈다. 이번엔 매실청이나 매실주를 담그는 대신  일찍 산딸기로 술을 담갔다. 어렸을  산딸기는 할머니 댁에 놀러 가면 뒷산에서 손쉽게 따먹곤 했는데, 이제는 마트에서나 찾아볼  있게 됐다.
 익은 산딸기 주는 산딸기에 붙어있는  털이나 불순물 때문에   커피 필터로 한번 걸러낸  조금 마셔봤다. 오묘한 붉은색을 띠는 술에서는 은은한 산딸기 냄새가 녹아들었다. . 확신하건대, 숙취가 남을 맛이야. 그냥 마시기엔 너무 달아 얼음물, 탄산수, 토닉워터 그리고 차갑게 우려낸 홍차에 각각 희석해서 마셨다.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 베이스는 같아서  맛있었다. 처음 만든 거라 조금밖에 만들지 않은 게 약간 후회된다.
 걸러낸 산딸기는 술에 넣어 마셔도 되지만 레몬즙을 조금 넣고 냄비에 살짝 졸여 콩포트 상태로 만들었다. 원래는 파블로바(머랭을 구워 만든 시트 위에 생크림과 과일 등을 올린 디저트) 위에 올려먹으려고 했는데 날씨가 날씨인지라 머랭을 구워도 금방 눅눅해질  같아 관두기로 했다. 그냥 토스트랑 먹어야지.

 날씨가  변덕스러워서 비가  금방 그치고 습기만 남았다. 이러다가도 갑자기 또다시 비가  듯하다.  앞에 잠깐 나가야  일이 있는데 날씨로 간을 보고 있다. 그렇게 덥지 않으면서 비도 안 오는 최적의 타이밍을  노려야 하는데. 그냥  오기 전에 빨리 갔다 와야겠다. 비가 오는 걸 보는 건 좋아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요즘은 너무 많이 와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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