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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육도씨 Aug 20. 2020

아이스 카푸치노

20.08.20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있어 공공의   하나는 뿌리파리.
애벌레가 뿌리를 갉아먹어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서서히 죽게 만든다. 안 그래도 골칫덩이인데 날이 습하고 더워진 탓에 뿌리파리가 증식했다.
과산화수소를 희석해보기도 하고, 약을 뿌리기도 했지만 아직 효과는 많이 보지 못했다. 인터넷에서 벌레들이 계피향을 싫어하기 때문에 계핏가루를  위에 복토하면 효과가 있다는 글을 봐서 한번 시도해 볼까 하고 계핏가루를 한 봉지 샀다. 그런데 한 봉지를 전부 식물에게 양보하자니 너무 많은 거 같기도 하고 해서 절반은 내가 쓰기로 했다.

계핏가루가 들어간 음료 하면 카푸치노. 날도 더우니까 아이스 카푸치노를 마셨다.
카푸치노는 우유 거품이 생명인데 우리 집엔 차가운 우유를 거품 내는 도구가 딱히 없어  간단한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텀블러에 얼음  조각과 우유를 넣고 마구 흔들면 거품이 잔뜩 생긴다. 주의할 점은 냉장고에 넣은 지 얼마   우유는 거품이  안 난다. 이런 경우는 우유 거품을 내는 도구를 써도  안 나서 예전에 카페 아르바이트를  때도 애먹은 적이 있다.
그러니까 우유는 미리 냉장고에 넣어놓는 걸로.
우유 거품은 빠르게 생성된 만큼 빠르게 죽어버린다. 계핏가루를 올리기  까지만 해도 커피, 우유, 우유 거품이 1:1:1처럼 보였는데 작은 자극에도 거품은 금방 꺼져버렸다. 마치 쉽게  돈이 쉽게 사라지는 것처럼 허무했지만 그냥 대충 살자. 안 그래도 복잡한 세상인데.

 뭔가 ‘시나몬 파우더 아니라 ‘계핏가루라서 맛이나 향이  강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딱히 그렇지는 않다. 사실 계피나 시나몬이나 같은 말이긴 해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일단은 매장에 진열된 코너도 다르다. 계피는 결명자나 감초 같은 약재 코너에 있고, 시나몬 스틱은 주로 제과나 후추 같은 향신료 코너에 있다. 그리고 주로 계핏가루는 생강, 마늘가루 옆에.  생김새는 시나몬 스틱이 계피보다  밝은 색이고, 두께가 얇다. 말려있는 걸 보면 약간 웨이퍼 같은 느낌도 든다. 그에 반해 계피는  보면 드는 생각은 나. 무. 방금 나무에서 껍질을 떼어내 말려놓은 느낌이다. 하지만 시나몬 파우더나 계핏가루를 굳이 비교해가며  볼일이 없어 맛이나 향의 차이는  모르겠다. 결론은   맛있다.

(?)

계핏가루를 일단 화분 몇 개에만 실험 삼아 뿌려봤다. 어차피 계피도 식물이니까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긴 하다. 코코넛으로도 배양토를 만들기도 하니까. 다만 흙의 산성도가 달라지면 식물에도 영향이 가니 지켜봐야겠다.
남은 계핏가루는 수정과나 시나몬 롤을 만들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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