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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월 Sep 21. 2022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힘든 이유

진화의 관성, 클루지

인류의 발전은 른 생명체들에 비해 유달리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인류가 문자습득한 이후 이전 세대의 지식을 기록으로 남겨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전수시킬 수 있게 되면서, 이전 세대의 한평생 동안 쌓아 올린 정보 위에 연이어 새로운 정보를 쌓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불가피한 죽음으로 단절되던 정보, 노하우, 지식들이 그 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인류는 문자로 기술과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게 되며 다른 생명체들과 비교되지 않는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다.

 문명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변화를 거듭했다. 그러나 인류의 뇌와 뇌가 가진 본능은 기이할 정도로 빠른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기존 원시 인류의 것 위에 덧대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그로 인해 남은 원시 인류의 본능 탓에 현대인들은 식량이 풍족한 현대 문명의 상황에도 원시 인류의 생존을 위해 식량이 있을 때 최대한 먹어 영양소를 비축해 두는 본능을 이어가 눈앞의 음식을 속이 더부룩해져 불편해질 때까지 폭식을 하고 살을 찌울 수 있을 때 계속 찌워 칼로리를 비축하는 등으로 수많은 본능들이 현대인의 삶과 불협화음을 낸다. MIT 개리 마커스 교수는 이것은 뒤처진 본능이자 진화의 관성으로 ‘클루지’라고 칭한다.


 클루지가 만드는 문제의 또 다른 예시로는 '호기심'에 대한 것이다. 고대 인류들도 본능적으로 호기심을 지니고 있었다. 여태 본 적 없는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고, 그것을 관찰하고 탐구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원시 인류에게 새로운 환경 새로운 대상은 어떤 예상치 못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니 곧장 목숨의 위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고, 따라서 새로운 것을 경계하고 기존의 익숙한 방식을 고수하여 현재에, 혹은 이미 만들어놓은 과거의 것들 만족하는 개체들이 주로 살아남았다. 그들의 DNA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현재의 인류에게 이어졌기에 현대인들도 그들과 같은 본능이 짙게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시시각각 변화가 일어난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과 각종 도구들이 발명되고, 그런 도구들의 사용법을 숙련한다면 일과 삶을 획기적으로 편리하게 바꿀 수 있다. 기존에 10시간이 걸리던 일을 5시간 만에 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남은 5시간에 또 다른 새로운 일을 해 생산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계속해서 세상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변화들을 받아들이고 배워야지더욱 가속도가 붙는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고, 새로운 영역을 쉼 없이 개척해야 더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역사에 기록된 개척자들과 발명가, 선구자들이 두드러지는 예시다. 그들은 이미 가지고 있는 안정에 대한 구시대 인류의 본능을 이겨내고 새로움에 뛰어들었다. 물론 실패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의 노력 또한 축적이 되어 다른 이의 도전에 양분이 되어 누군가는 계속해서 새로운 영역을 탐험해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인류 전체에게 편의와 행복을 주는 것들을 발견하고 만들어 인류의 삶을 진보시켰고, 그들은 (대부분) 그에 대한 보상으로 부와 명예를 쟁취했다. 그들이 본능을 이겨내고 새로움을 파헤쳐 이뤄 낸 성과는 모 역사로 기록되었으며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후대의 인류들이 그들을 본받아 새로움을 탐구할 수 있도록 전해진다. 새로움에 몸을 던져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로 꿈과 야망을 갖고, 실패한 이들의 이야기로 더욱 정밀하게 준비하고 시도하여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고 찾아내는 순환이 가능해진 것이다.


 최근에는 통신기술의 발달로 활발한 정보의 교류가 일어나며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들이 기존의 사고방식 등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움에 도전하고, 그를 통해 부와 명예를 선점하는 ‘성공하는 삶’ 정보들을 더욱 많이 얻을 수 있다. 사람들에게 도전과 변화는 성공을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지만 동시에 새로운 것에 뛰어들고도 성공적으로 생존한 지극히 일부분의 사람’들의 영웅담으로 인식된다. 그 사람들은 배경이 뒷받침되었거나, 그 사람만의 능력이 특출 나게 좋았거나, 하다 못해 운이 정말 좋았기에 그런 일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자기 합리화라는 방어기제의 벽을 둘러치고 기존과 같은 무미건조한 삶을 이어가는 게 부지기수이다.


 그들이 다른 사람들과 달랐던 것은 과연 주변 환경일까, 행동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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