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43명 팔로워와 함께 사라진 인스타그램 계정, 영구정지 2개월 후
서평가 '지스'이자, 작가 '무월'로 끄적였던 옥태규 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서두를 어떻게 열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서평에 대해서라든지, 프리랜서로서의 삶에 대해 말하기 이전에 근황에 대해 주저리부터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최근 2달간 저는 너무도 무기력했고, 동시에 악착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6월 4일, 5년간 500권을 훌쩍 넘는 서평과 읽은 책들에서 모아온 글귀가 담겨 있던 인스타그램 계정이 뜬금없이 '아동 학대 콘텐츠'란 사유로 무고하게 영구 정지를 당한 이후, JTBC 사건 반장과 중앙일보의 인터뷰, 50건 이상의 인스타그램 문의 메일, 그리고 인스타그램 내의 블루뱃지 시스템을 통한 메타 직원과의 1:1 문의까지 진행하였으나 결국 계정을 되살리는 일을 포기했습니다.
저를 찾아주시던 4000명가량의 팔로워 분들과 5년간의 기록을 잃은 것도 뼈아팠지만,
서평가로서 일을 시작하게 된 시발점을 잃어버렸단 사실이 프리랜서로서의 일에도 큰 문제로, 일인 동시에 취미인 독서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게 이어져 꽤나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원래 사람 사는 일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을.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한탄만 해봤자 바뀌는 것은 없으며,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최선이라는 사실은
그간 읽어온 책들에서 질리도록 보아온 사실입니다.
결국 저는 새로 인스타그램을 개설했고, 그간 미적지근하던 유튜브에도 본격적으로 콘텐츠를 업로드하려 합니다.
만일 제가 특색 없이, 어쩌다 운이 좋게 얻은 팔로워 분들이 전부인 인플루언서였다면 재기하기 어려웠겠지만 저는 결국 서평가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평론이자, 소개를 하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할 이유로 쌓아온 노력과 소통 창구가 없어진다 한들,
책을 사랑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책으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존재한다면
저는 계속해서 서평가로,
'지스'로 존재할 것입니다.
골리앗 같은 대기업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나서야 깨닫게 되네요.
한편으론 그간 서평으로 조금 먹고살 수 있게 되니 세상이 막 아름다워 보이고,
마음이 말랑해졌던 건가 싶은 자기성찰도 되었습니다.
분명 책을 처음 펼쳐 들 때 마음가짐은 고작 이 정도 삶에서 멈출 생각이 일절 없었고, 사실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기도 한데 말이죠.
혹시 계실진 모르겠지만 글을 기다려주셨던 분들께는 이번 기회를 빌어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있던 일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프리드리히 니체, 《우상의 황혼》
고난은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하던가요.
쓰고, 매운맛을 보고 온 만큼 더욱 악착같고, 진득하며 시간 내어 읽어주실 가치가 있는 글들로 뵙겠습니다.
위 계정은 새로 개설한 인스타그램 계정입니다. 서평에 관심 있으신 분이시라면 한 번쯤 들러주세요. 시간이 아깝지 않으시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