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마주한 서평가
과연 내가 이 책읽는 프리랜서 일로 언제까지 먹고 살 수 있을까.
그동안 '은퇴 없이 평생 일을 하게 되더라도, 지금 이 일이라면 계속 하고 싶다' 라는 말로 '열정'을 밀어붙여왔지만 어쩌면 그건 늙어 죽을 때 까지, 삶을 이어갈 수 있을 정도만이라도 이 일에서 수입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었을지도 모른다.
'프리랜서'랍시고,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번답시고 그토록 느끼던 자부심과 만족감은 불안을 잊으려 하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취업 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도망쳤다는 불안을, 남들처럼 평범한 삶이자, 평범한 고통에서 지레 겁먹었다는 것을.
무엇보다도, 이런 고민을 하게 된 지금 내 상황이 가장 쓰라리다. 없는 살림을 열심히 끌어모아뒀던 곳간이 모조리 털려버렸으니.
한땐 진심으로 내가 하는 일이 좋았다. 내가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느꼈을 때 진심으로 기뻤고, 계속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을 보며 자부심을 느꼈다. 그런데 이제는, 도저히 묻어놓을 수 없게 됐다.
과연 이런 식으로 계속 살 수 있을까.
월 평균 120의 수입에서 월세 55만원을 떼고 나면 65만원이 남는다. 이 돈에서 월 식비 40만원, 통신비 4만원, 그 외에 관리비와 기타 요금, 자질구레한 합법 도둑들을 겪고 나면 수중엔 먼지만 남는다.
물론 한 달에 30만원도 겨우 벌던 시절을 생각하면 감지덕지지만 과연 이렇게 계속 살 수 있을까. 심지어 나는, 갑자기 일거리가 뚝 떨어질 수도 있는 걸 생각하면, 간신히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게다가 든든한 미래
를 향해, 안정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다른 이들을 보면 이 얼마나 속터지는 상황인가.
저 많은 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먹고사는 걸까.
그렇게 좋아하던 일이라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일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취업의 압박에서, 출퇴근과 인간관계의 스트레스에서 도망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던 것일까.
정해진 급여가 없는 '프리랜서' 라는 일은, 이제는 자유가 아니라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이번달은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오늘은 의뢰가 들어올 수 있을까. 그런.
성적이 좋지 않은 때엔 내 능력이 그렇게 모자란 것일까 스스로를 파헤치고, 번듯하게 취직을 하거나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주변인들을 보면 점점 더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피부로 와닿아 닭살이 돋아난다.
별 같잖은 유행처럼 지나갔던 문구, '나는 실패작이야'라는 말처럼, 나는 그렇게 많은 사랑과 응원, 도움을 받았음에도 그 망할 환상같은 '평범'에도 닿지 못하는 사람인걸까.
그래, 나는 평범에 닿지 못했다. 계속 기어오를 체력도 남아나질 않았다.
사람이 벼랑 끝에 몰리면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내 곁에 있던 것들, 내가 사랑하던 것들이 모두 나를 찌르는 비수가 되는 것. 왜 나는 이걸 좋아해서, 왜 이런것들을 사랑해서, 왜 그들 곁에 있는 게 하필 '이런 나'여서.
한편으론 아직 살 만 한가 싶은 생각도 든다. 진짜로 도저히 숨 쉴 여유조차 없었다면 이런 고민도 할 필요 없이 당장 먹고 살기 위한 선택을 했겠지. 아니면 지금의 것을 도저히 버릴 수가 없어서 아직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은 두려움이 되고, 그 두려움은 숨통을 조이는 고통이 된다. 더 이상 도피할 곳도 남아있지 않다. 진정 나는, '나'를 버려야 하는가.
과거의 자유는 현재의 도피가 되었고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다.
버티고 버티다 그 한계에 다다르고 나서야, '꿈'이 아닌 '현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