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대의 무게에서 온 불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현실적인 문제로 사랑을 져버리지 않고 싶다.
수십년간 '나'를 키우기 위해 헌신해준 부모님께, 그 '헌신'에 대한 보답을 드리고 싶다.
부모님 또한 나와 같은 시기를 거쳐오셨고, 이를 이겨내고 견딤으로써 지금의 가정을 만들고 나를 길러온 것이 아닌가.
지금의 고통은 부모님 또한 지나고 견뎌오신 길이다. 그런 길을, 부모님이 저의 삶을 끌어모아서, 당신의 삶보다 더 낫길 바라는 마음으로 키워온 나는 여실히 건널 수 있지 않겠는가.
불안하다.
먼저 나아가는 친구들의 등을 바라보며, 그들을 질투하게 될 까봐. 더 이상 친구가 아니게 될까봐.
사랑하는 사람을 내 손으로 떨쳐내게 될까봐. 내가 그대에게 짐이 될까봐.
가족의 지지대가 되어야 할 내가 계속 부담으로 머물게 될 까봐.
내 삶이, '실패'라는 낙인으로 끝나게 될 까봐.
결국 내 불안은, 모두 내 주변 사람들에서 온다.
더 많은 인연을 맺고 싶은 것도 아니지 않나.
적어도, 지금의 사람들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면.
더욱 불안에 떨고, 더 노력해야한다.
현실을 마주하고, 나아가야만 한다.
할 수 있을까.
해야만 하겠지.
해야지.
그때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덤벼들지 않았더라면 더 나았을까.
잘 키워오던 인스타그램 계정이 사라지지 않았었더라면,
3,500만원을 보이스피싱 당하지 않았었더라면,
더 나은 선택을 했었더라면,
더 노력을 했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