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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월 Jan 23. 2023

우울감

우울을 다루는 이상적인 방법

 두려움과 걱정 등의 감정은 이유라도 있는데 우울감은 이유조차 없어서 더욱 괴롭다. 평소였으면 아무 문제 없이 이겨냈을 걱정들이 우울과 혼합되어 독소를 내뿜는다. 아무리 피하려 해도 내 안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독소는 금세 몸 전체로 퍼져버리고 얼마 안 가 온몸을 마비시켜 버린다.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르니 해결할 수도 없고, 그저 ‘내가 언젠간 이겨내겠지’ 하는 마음으로 무턱대고 버티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언제 해결될 수 있는지, 이게 진정 나아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채 오직 기도만 할 뿐.


 우울감에 대한 이야기는 주변에 널리고 널렸다. 다들 마음이 지쳐서 잠깐 그런 거니, 푹 쉬고 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한다. 몸이 지치면 일을 쉬며 집에서 밀린 잠을 잔다던가, 좋은 곳에 가서 멋진 풍경과 낯선 공기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등 확실한 방법이 있다만 우울감에는 홀로 쉬어봐도 어째 외로움 속으로 더 깊이 가라앉을 뿐이고, 즐거운 시간을 지내봐도 그 순간 이후 커튼콜 뒤에는 밝은 세상에 적응된 눈 탓에 어둠 속은 전혀 보이지 않는 시야 속에 웅크려있게 될 뿐이다.


 그럼에도 여태까지의 경험엔 우울감을 이겨내는 확실한 한 가지 방법은 존재한다. 얼마가 됐든 충분한 시간이 지나는 것. 그 충분한 시간이 하루 이틀일지도, 몇 달이 될 지도, 지극히 낮은 가능성이지만 일평생 그 충분한 시간이 충족될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다. 내가 버텨낼 수만 있다면. 혹은 정신과 진료를 통한 약 처방으로 가장 확실하게 벗어날 수도 있지만 그건 병원까지 찾아가 진료를 받을 정신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겠지.


 나 홀로 우울감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내가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건 그 충분한 시간이 흐를 때까지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지낼 수 있는 나의 방법을 찾는 것뿐이다. 어쩌면 정신없이 일만 하는 것일 수 있고, 친구들과 만나 술을 진탕 마시며 알코올에 취해 잠드는 일상일지도, 혹은 아무리 괴로워도 이 악물고 나 홀로 있을 수 있는 동굴 속에서 무의미한 시간들을 흘려보내는 것일지도. 사람마다 제각기의 해결 방법이 있을 것이다. 우울이라는 건 빛이 강해질수록 짙어지는 그림자처럼 아무리 밝은 사람이라도 한편엔 지니고 있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이를 잘 다루는 이들은 우울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에서 잘 삭혀내는 그런 사람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기엔 ‘네가 그런 적이 있었다고?’ 싶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행동할 수 있고 이겨내는.


 이것조차도 내가 나의 우울을 제대로 숨기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흘려버리는 자신의 모습이 보기 싫어서 이런 모습을 ‘잘 다룬다’라고 여기는 이유인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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