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돌아가는 일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유발 하라리의 저서 [사피엔스]에 언급되듯 인류의 역사는 '2단계 카오스계'로, 누군가의 예측에 반응을 하지 않는 날씨와 같은 1계 카오스보다 더욱 복잡하다. 인간 사회는 누군가가 미래가 A가 될 것이라 예측을 하면 사람들은 그 예측에 반응을 하며 새로운 변수들을 다시 만들어낸다. 따라서 A로 예측되었던 미래가 a, A', 혹은 Z 등 다른 미래로 이끈다. 세상은 자연이 만들어 낸 1계 카오스계와 인간이 만든 2계 카오스계가 겹쳐져 극도로 복잡하기 때문에 인간은 결코 미래를 완벽히 예측할 수 없고 한 개인은 세상은커녕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완벽히' 파악할 수 없다. 그래서 순탄히 흘러갈 것이라 생각하던 일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뒤틀리기도 하고, 전혀 개선될 방법이 떠오르지 않던 일이 갑작스럽게 잘 풀리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상황들을 '우연', '기적', '신의 도움', '천벌' 등 다양한 표현들로 언급한다.
인류는 진작에 이런 세상의 원리를 알아채고 모든 사례를 하나하나 분석하려들기보다 특정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공통된 사항을 찾아내려 했다. A라는 결과를 만들어 낸 사건들에 B라는 요소가 있다면 B라는 요소가 발견되었을 때 '일반적으로' A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지식으로 확립시켰고, 이 지식을 통해 A라는 결과가 필요하다면 B라는 요소를 가져오도록, 혹은 A라는 결과를 피하고 싶다면 B라는 요소를 어떻게든 배제하도록 행동했다. 이는 수많은 데이터들을 '지식의 일반화'로 가공한 것으로, 사주. 관상학. 점성학은 물론 자연과학. 물리학. 심리학. 철학. 인문학. 처세술. 자기 계발 등 인간이 만든 정말 다양한 것들에 녹아들어 있다.
인류는 지식의 일반화와 동시에 자신의 지식과는 다른 돌발적인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예를 들어, 멧돼지 사냥을 할 때 멧돼지가 방향전환은 어렵다는 사실을 공부해 활용하려 했으나 좁은 길목에서 마주치는 경우처럼 학습한 내용과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때와 같은 돌발상황에서 당황스러움에 패닉이 와 목숨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잦았다. 이처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변수에 피해를 보는 경우는 현대에도 일정을 모두 계획해 놓았지만 도로가 차로 막혀 이동시간이 지연되거나, 발표를 위한 자료가 손상되어 열리지 않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 친분을 쌓아야 하는데 할 이야기가 없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어색함만을 삼키고 있는 상황 등으로 이어진다. 사회는 이런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직접 겪어봄으로써 임기응변 능력을 키우는 것을 강조한다.
이 '다양한 경험'은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어떤 변수들이 있는지 인지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함도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빠지더라도 동요하지 않고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임기응변 능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중장년 층 혹은 노인들이 어린아이들과 젊은 층에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시도하고, 세계 여러 곳들도 여행해 보는 등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라 강조하는 것에 이런 뜻도 담겨있는 것이다.
보통 성인이 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운 것을 경험하려는 호기심과 그 속에서 발생하는 돌발상황들에 대처하는 임기응변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래서 나이가 들 수록 기존에 경험한 것, 알고 있던 지식, 원래 쓰던 물건에 더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몸이 더 멀쩡할 때, 체력이 남아있을 때, 잃을 것이 없을 때 많은 경험들을 하며 어떤 변수에도 대응할 수 있는 능력들을 미리 길러두어야만 하는 것이다. 단, 이 경험들도 그저 즐기기만 해선 안된다. 반드시 경험을 되새기며 깊이 사유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하며, 가능하다면 이 사유를 생각에서 멈출 게 아니라 일기나 메모 등의 기록으로 남겨 훗날 필요할 때 다시 떠올릴 수 있는 형태로 남겨놓아야만 진정으로 유익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경험에서 필요한 부분들만을 남기고 보존제를 덧씌워 기록으로 남겨놓는 작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성장으로 이끄는 경험이 아니라 단순한 오락, 조금 더 좋게 보자면 지난날을 떠올리며 '그땐 그랬지' 하는 정도인 추억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