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서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근원적인 요소는 이기심과 외로움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이기심은 관계를 통해 자신의 욕구, 필요, 바람을 충족시키기 위해 상황을 계산하고 상대방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움직이도록 유도한다. 이는 [인간의 제1원칙, 이기심]에서 이야기했듯 동물이 지닌 자신에 대한 생존 본능에서 기인된 것으로 정도의 차이나 어떤 점에서 주로 강하게 작용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결코 사라지지는 않는다. 애초에 상대방이 자신에게 심리적 안정, 즐거움, 과시, 실질적(물질적) 도움 등으로 좋은 작용이 없다면 그는 가까운 친구가 아니라 그저 '지인'이라고 하는 남으로 머물 뿐이다. 반면 외로움은 동물 중에서도 인간이 유독 강하게 느끼고, 영향을 받는다. 먼 과거의 다양한 도구가 없었던 인간들은 털도 없고, 강한 이빨과 빠른 다리, 날카로운 발톱 등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무엇 하나 지니지 못한 종족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생존을 위해 같은 종족의 개체들이 뭉치게 되었다. 무리에 섞여들지 못한 개체는 더욱 적나라하게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자신이 속한 무리 속에 단단히 뿌리내린 개체는 내쳐질 일도 없어 더욱 안정적인 생존을 보장받게 되었다. 그렇게 인간에게는 사회성이 생기고, 동시에 자신이 무리에서 내쳐질지도 모른다는, 무리에 속하지 않는다는, 속한 무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존과 직결된 공포감은 곧 '외로움'의 형태로 남게 되었다.
이렇게 인간에게 동시에 존재하는 이기심과 외로움은 한쪽이 강해지면 다른 한쪽이 약해지는 빛과 어둠과 비슷하게, 한쪽이 약해지면 다른 한쪽이 강해지는 관계를 이룬다. 현재의 인간관계에서 외로움이 충족되거나, 망각되는 등으로 인해 작아진다면 이기심은 순식간에 부풀어올라 지금의 환경에서 취할 수 있는 이득을 모조리 챙겨가려 한다. 설혹 그것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게 되는 형태가 되더라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이기심이 약해질경우 타인에 대한 베풂이 늘어남과 동시에 외로움도 커진다. 사실은 외로움이 감당 못 할 정도로 커져버리기에 타인에게 베풀고서라도 이를 해소시키려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건 베푼다는 것은 타인에게 내 존재가 도움이 되도록 인식시키려 하는 행위이고, 타인이 자신을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는 존재로 인식한다면 그 사람과 관계를 맺고 무리에 다시 들어갈 수 있게 되니까 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이기심과 외로움을 조율하지 못하는 사람은 온도차가 극심한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들어가다 현기증으로 쓰러지는 듯한 행위를 하게 된다. 외로움에 삼켜져 주변이들에게 수많은 방법을 동원해 헌신적으로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다가 타인이 자신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이기심이 다시 고개를 내밀어 타인을 이용하고, 착취해 다시 떨어져 나가게 만들어버린다. 이런 소모적인 인간관계가 반복된다면 어김없이 부정적인 상황에 내몰리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뿌리내리거나, 자신이 해준 것에 대해 제대로 보답하지 못하는 타인들에 대한 혐오로 너무나 쉽게 번져나가고, 사람은 망가져간다. 반면 이기심과 외로움을 탁월하게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은 무리에서 눈에 띄는 리더, 알파가 된다. 이기심이 산불처럼 번져나갈 때에도 주변 관계가 망가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 혹은 망가지지 않을 정도로 충족을 시키고 혹은 자신뿐만 아니라 무리 전체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여 이기심을 만족시킴과 동시에 무리에 대한 결속력과 인간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다진다. 또한 자신이 속한 무리 전체에게 이득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미래에 더 커질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꿰뚫고 있어 더욱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이렇게 견고히 다져진 관계는 외로움이 고개를 내밀 틈도 없게 하고, 간혹 고개를 내밀더라도 이미 단단해져 있는 관계를 통해 충분히 해소시킬 수 있게 된다.
이런 요소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건 스스로가 이를 부정하거나, 인지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기심과 외로움으로 반씩 이루어진 톱니바퀴는 어떻게든 인간관계속에서 쉬지 않고 굴러간다. 그것이 선순환일지, 악순환일지는 톱니바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렸다. 이 순환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모든 관계가 끊어져버리기 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