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 '이 상품은 가치 있다!'를 내가 말해서 상대를 설득시키는 것이라면, 브랜딩은 같은 생각을 상대방이 스스로 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이 어떤 동물인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말을 해도 이 말을 듣자마자 코끼리의 기다란 코와 회색의 커다란 몸뚱이를 떠올리고, 아무리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매일 운동하는 것이 삶에 도움이 된다고 외친 들 그것을 납득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워하며, 자신이 파는 상품의 장점을 아무리 열심히 이야기한들 '지 물건 팔아서 이득 보려고 열심히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는 동물이다. 따라서 사람의 행동을 유도하려면 보다 깊이 생각해야 한다.
가령,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게 하려면 귀여운 고양이 영상들을 줄줄이 보여준다던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매일 운동을 하게 만들려면 마치 그러지 않는 자신의 일상이, 그리고 자신의 지금 몸뚱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던지, 혹은 이 상품을 사지 않으면 트렌드에 뒤처질 것처럼 느껴지게 하거나 사게 된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세련되고 우월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은유적으로 보여주거나 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여기서 '상품 판매'에 집중해 보자. 당신은 집에 산더미처럼 물티슈가 쌓여있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팔 것인가? 1차원적으론 물티슈의 가격이 다른 물티슈들보다 낮음을 강조하고, 깨끗한 공정을 통해 제조되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으며, 품질이 매우 좋다는 것을 소비자들의 후기를 통해 증명하는 방법이 있다. 모두 1차원적인 생각이지만 일반적이고, 그래도 그럭저럭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물티슈의 이미지를 더 좋게 하고 잘 팔리게 하는 방법은 물, 신선한 과일, 휴지, 청소용품 등 '청결'과 관련한 다른 물건들을 함께 판매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당신이 파는 물티슈는 다른 물티슈들과 경쟁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만든 청결하고 신선한 느낌을 주는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고, 남다른 제품으로 탈바꿈한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연상 능력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절대 스스로가 상대방에게 다가가 제발 믿어달라고 애걸복걸하는 형태가 되어선 안 된다. 애처롭게 빌며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사람은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나를 설득하려 하다니, 오죽 다른 사람들이 안 믿어줬으면 이럴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설득에 있어서는 항상 여유가 있어야 되고, 그것은 브랜딩 하고도 통용되는 말이다.
브랜딩은 [소비자가 자신의 물건을 사지 않아도 상관없고 자신은 상품의 이미지와 연관된(애플의 세련됨, 테슬라의 미래 지향적임, 볼보의 강함, 슈프림의 힙함, 켈빈클라인의 섹시함 등) 자신만의 길만을 열정적으로 나아간다]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그 핵심 키워드에 감화된 소비자는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그 키워드를 느끼게 될 것이고, 그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그 키워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깔아놓은 판 위에서 단 한 번이라도 소비자가 스스로의 능력으로 믿게 만들었다면 그걸로 충성고객은 만들어진다. 파격적인 가격과 일순간의 상단 노출 같은 1차원적인 마케팅을 아무리 잘한다 한들 잘해봐야 한 번의 구매에 그치지만, 스스로 믿고 제품을 구매하고, 실제로 믿었던 결과를 얻은 소비자는 반복해서 그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또한, 자신의 믿음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하기까지 이른다. 자신의 믿음을 주변 사람들도 함께 하길 바라는 것, 그럼으로써 자신의 믿음이, 선택이 옳다는 것을 지지받고자 하는 것. 그것이 믿음이 갖는 특성이기에.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한번 만이라도 구매해 달라고 비는 것이고,
브랜딩은 소비자가 알아서 찾아와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