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에 따라
대상을 통해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는 대상이 지닌 절대적인 미를 어느 정도나 인지하느냐 하는 그의 감수성, 심미안에도 달려 있으며 그것은 개발되고 발전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개인의 필요의 정도와도 밀접히 관련이 있습니다.
배가 매우 고파 영양에 대한 필요가 크면 평상시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음식이 그렇게 맛있을 수 없는 음식이 됩니다. 그러나 배가 잔뜩 불러 영양에 대한 필요를 느끼지 못한 상태라면 산해진미도 거들떠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필요는 변덕스럽다기보다 변화무쌍한 것이고 그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필요도 원래적인 것, 본연의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것이란 상태나 조건, 환경이 이상적이지 않아서 생기는 것들입니다. 추우면 두꺼운 옷이 필요한 것과 같은 것입니다. 여름엔 시원한 그늘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옷을 입어서 따뜻함을 느끼는 것을 본래적 행복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고통을 주는 정도의 추위는 저주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강제로 가두고 밥도 주지 않는다면 절실한 필요들이 생기게 되죠.
독일군이 유대인들을 수용소로 끌고 가면서 열차 칸 안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빽빽하게 집어넣고 각 칸 안에 변기통을 하나씩 집어넣어 주었는데 거기서 타인들이 보는 앞에서 대소변을 보아야 하였던 것이죠. 특히 여자들은 샤워의 필요를 절실히 느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씻지 못했으니까요. 나중에 사워 시켜준다고 하고 가스실에 집어넣었죠. 그들은 극도로 강한 호흡의 필요를 느끼는 가운데 그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죽은 것입니다.
비본래적 필요를 오랜 기간 느끼다가 충족되면 일종의 행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느낄 수 있겠지만, 오랜 갈증을 느끼는 가운데 마시는 시원한 물 한 모금은 꿀맛 같겠지만 원래 물에 내재된 맛의 가치의 절대치가 그처럼 큰 것이고 목이 심하게 마른 후에야 그것을 느낀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벌로 무거운 물건을 오래 들고 있거나 손을 오래 들고 있었는데 그 상태에서 벗어나는 느낌을 행복이라 할지라도 본래적인 것은 아니지요.
그러나 인간이 평상시에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의 가치를 절실하게 체험해 보는 것은 유익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고통이나 슬픔도 유익한 것들이 있는 것인지요. 고통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결핍의 고통이라는 것이 있는 것입니다. 결핍과 필요를 같은 단어로 표현하는 언어도 있죠.
간혹 사람은 상대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따분하다고 느낄 때면 내가 교도소에 감금되어 있지 않고 혹은 군대에서처럼 명령에 항상 대기해있어야 하는 상태가 아닌 것을 새삼 다행스럽게 여길 수 있는 것이죠. 자유를 의식적으로 흠향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너무 춥거나 더운 온도적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 산소가 부족하여 호흡곤란을 느끼지 않는 것, 물과 음식이 부족하지 않는 것, 이목구비가 정상적으로 붙어 있는 것, 병실에 누워있지 않는 것 등등
필요도 본래적인 것이 있고 비본래적인 것이 있으며 각각 여러 종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대상도 천차만별이죠. 그 대상의 대한 태도나 관계와 관련된 것은 그 사람의 인격의 질을 나타내며 그가 느끼는 행복의 수준과 질을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배우자를 단지 성적인 필요를 비롯하여 자신의 필요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대상으로 생각하여 필요가 절실할 때는 진지하게 관심을 보이다가 충족되면 무관심해진다면 그는 인격의 질이 매우 낮은 사람이 되며 그가 느끼는 행복을 질도 가늠할 수 있는 것이죠.
성이나 음식에 대한 필요는 기본적이고 본래적이라 할 수 있지만 그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쾌락을 느끼며 그것을 행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눈으로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싶다는 필요도 그러하죠.
교육을 통해 개발되는 필요도 있습니다. 음악이나 미술, 문학이나 영화 등등이죠. 물론 본래적인 것입니다. 대화나 교제에 대한 필요도 있죠.
지식에 대한 필요도 있고 창작에 대한 필요를 느끼는 순간도 있죠.
개인이 필요를 느끼는 대상이나 그 질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죠. 그런데 중요하게 필요를 느껴야 하는 것에 대해 실제 그러하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면 불행하게 되는 것들도 있죠. 청결에 대한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쉽게 병에 걸리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죠.
마태복음 5장에는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게 해주는 여러 필요들을 언급하죠.
영적 필요를 느끼는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의에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마음이 정결한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영적 필요, 의에 대한 필요, 정결한 마음상태에 대한 필요, 평화를 이루는 능력에 대한 필요 등등.
시간을 내어 자신이 필요를 느끼는 것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