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용서
인간은 피조물이기 때문에 인간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잘 모릅니다.
창조주와 인간과의 관계는 인간과 인공물과의 관계와 같다고 보고 여러 가지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 냉장고, TV, 컴퓨터, 휴대폰, 침대, 의자, 치약, 구두 등등 성격이 다양한 것들이 있습니다. 도구함이나 비상약 같은 것들도 있죠. 기기가 고장 나거나 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사용하는 것들이죠.
인간들은 주변에는 다양한 필요에 적시에 부응할 수 있는 물품들을 비치해 놓습니다. 배가 고프면 먹을 수 있는 음식, 기후 변화에 따라 바꾸어 입을 수 있는 옷 등등 각종 세금이나 이자 등등의 비용지출을 위해 돈도 있어야 하죠. 사용하면 소모되어 계속 보충해주어야 하는 것들이 있고 감가상각의 속도가 늦어 오래 그 상태로 머물고 있는 것들이 있죠. 약 같은 것은 소모되어 없어지지만 망치 같은 것은 사용했다 해서 소모되는 것은 아니죠.
아무튼 매우 다양한 성격의 것들이 있습니다. 쾌적하게 사는데 필요한 것들이죠.
그런데 영적으로는 어떠합니까? 영적인 행복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어 필요한 영적인 사물이나 도구와 같은 개념도 없긴 합니다.
인간이 사용하는 물품 중에는 자연이나 환경조건이 비정상적이어서 필요한 것들이 많죠. 자연 상태로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덥기 때문에 에어컨이 필요한 것이죠. 모기와 같은 해충이 있기에 살충제가 필요한 것이죠. 벌레 물려 가려울 때 바르는 약이 있죠. 상처 낫을 때 바르는 연고도요.
말이 길어지니 비약하겠습니다.
현재의 영적으로 이상적이지 않은 비정상적인 상황을 영적으로 고통이나 피해를 줄이면서 사는데 필요한 영적 도구 혹은 물품 가운데는 용서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동상에 연고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적절한 방법의 적절한 양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타인이 부당하게 자신을 비방하거나 모욕을 주었다든지 의도적으로 사기를 쳤거나 폭행을 당했다든지 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상대의 실수로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상대에게 상응을 하는 벌을 받게 하거나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의도적으로 피해를 입힌 경우가 아니거나 인격상의 취약함으로 예를 들면 오해나 성급함 자제의 부족과 같은 이유로 자신을 공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시기심이나 다른 저의가 있어 의도적으로 악한 언행을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의적으로 재산을 뺏을 목적으로 사기를 치거나 절도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죠.
어떤 경우 예를 들면 성격상 용서가 안 되는 그런 언행이 있습니다. 성서에도 여러 번 언급되죠. (요한 1 5:`16,17 히브리 6:6 히브리 10 26,27 마태 12:31) 그런 경우 용서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려나 갈등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느님도 용서하지 않는 그런 성격의 언행에 대해 용서를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주제넘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에 해당하지 않은 개인 간의 죄에 대해서 상대가 사죄하고 앞으로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는 경우라면 서슴없이 용서하여야 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원한이나 증오를 품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용서라는 도구는 인간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용서하지 않는 것이 용서받지 못하는 죄가 되는 것이죠.
얼마나 용서를 해야 하나요? 예수의 답은 77번인데 무제한이라는 의미입니다.(마태 18:12) 또 용서를 하려면 깨끗하고 완벽하게 해야 합니다. 여운을 남기지 않는 방법으로요, 상대가 자신에게 그런 죄를 짓지 않은 것처럼 간주해야 하는 것이죠. 그에 대해 평화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죠. 또 그가 죄책감이라는 고통에서 온전히 벗어나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동정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용서라는 것은 본질상 인간에게 필수적인 영적 도구입니다. 항상 사용할 수 있게 비치되어 있어야죠.
타인이 부당하게 자신에게 큰 모욕을 주었을 경우에도 “아! 드디어 나에게도 용서라는 것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구나.”라고 생각하면 큰 불쾌감이 생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웬만한 잘못은 부드럽게 간과해 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상처가 된다 하더라도 용서는 명약과 같은 것이어서 즉각적으로 치유되게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는 인간이 잘 알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영적인 물품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여 전혀 구비하지 않고 살 수 있죠. 그러다가 결국 치명적인 상태가 됩니다. 거의 모든 인간들이 그러하죠. 쾌적하게 사는데 필요한 물질적인 것들은 온갖 것들을 질 높은 것으로 구비하려고 하지만 영적인 것은 어떤 것이 있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이글에서는 용서라는 하나를 예를 든 것인데 무수한 것들 중 하나에 불과하죠.
용서라는 물품은 언젠가는 필요 없는 것이 되겠지만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그 존재의 지속을 위하여 필수적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