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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칙전달자 Jul 17. 2022

남경대학살과 140억년

남경대학살과 140억년    

  

두 명의 일본군 장교가 내기를 했습니다. 제한시간에 누가 목을 더 많이 자를 수 있는지.   


대상자들은 손을 뒤로 묶인 채 엎드린 자세에서 가능하면 목이 잘 잘릴 수 있는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고통이 없이 죽을 수 있는 방법이었으니까요. 목 자르는 일은 비명소리가 나지 않은 채 날카로운 일본도와 잘 훈련된 일본군 장교들의 칼질에 의해 순조롭게 진행되어 갔습니다. 목격자의 말에 의하면 11세의 소년이 목이 잘릴 때 찍 하는 쥐 울음소리가 나기도 했답니다. 목이 떨어지고 몸이 바닥에 엎드려지는 철벅 철벅 하는 소리만 연속되었습니다. 시간당 천명 이상의 목이 잘렸다니까 3초당 한 명 정도의 목이 잘린 셈입니다.    

  

사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바로 목이 잘리기 위해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위와 같은 속도라면 6명의 저승사자가 70억을 그런 식의 자세를 취하게 하고 목을 잘라가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래도 그 수가 너무 많다보니 자기 차례가 오기까지 몇 년, 몇십 년씩 걸리는 것입니다. 백 년 정도가 지나면 지금 70억은 대부분 머리가 잘린 상태일 것입니다. 

     

빅뱅과 더불어 140억 년 전에 태어난 사람이 있다고 하지요. 140억년의 수명을 가지고 태어나 오늘 죽는다고 합시다. 그는 그렇게 늙은 상태도 아니고 병든 상태도 아니며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아왔다고 하지요.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할 것입니까? “저는 너무 오래 살아서 너무나 죽음을 갈망해왔었는데 수명이 안 되었다고 해서 오늘까지 억지로 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죽는다고 하니 너무나 기쁩니다. 죽게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라고 할 것 같습니까? 오히려 틀림없이 그 정반대일 것입니다. 이렇게 죽어 영원히 소멸된다면 지금까지 산 것은 무엇입니까? 그는 현재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정도의 강한 허무감과 절망감으로 죽음의 모순을 항의할 것입니다.    


하이데거가 표현했듯이 죽음은 대자연의 대오류입니다. 생명에 대해 지독히 무지한 인간들이 생명이 우연히 생겨났다고 하면서 죽는 것은 자연의 법칙인 것처럼 당연한 것이라고 아무리 부득부득 주장해도 뇌과학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심리적으로, 논리적으로 죽음이 극단적 모순이라는 사실을 고의적으로 외면하고 악한 삶을 정당화하는 극히 어리석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살아야 사람인 것입니다. 140억년을 살아왔어도 지금 죽고 영원히 소멸된다면 14년 살기 위해 지금 태어난 사람보다 나을 것이 없습니다.      


인간은 시간도, 공간도, 생명도, 사랑도 모릅니다. 그가 만든 것이 아니니까요. 그와 관련된 정확한 지식을 알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큰 소리로 자기 생각이 옳다고 떠드는 것이 이 세상입니다. 그들은 곧 죽으면서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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