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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연분
by
blandina
Dec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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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축구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또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었는데
그분이 선수 시절에 뛰는 영상을 보내줬는데
그걸 보는 순간 내가 툭 던진 말이 “나 자기 축구하는 거 보고 싶어요”라는
말에 그 사람은 꼭 한 번은 자기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에
축구 선수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꼭 한 번은 경기장에 초대하고 싶었다고…
왜냐면
내가 매일 놀렸었기 때문이다 마동석 같은 몸으로 경기장에서 뛰어다닌다는 게
상상이 안 됐기 때문이고,
그분을 보는 사람 모두 헬창이거나 아님… 음…다른 운동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그 몸으로 경기장을 뛸 거라는 생각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허벅지가 거짓말 조금 보태서 내 허리 사이즈?
그리고 그 사람 옆모습에 이 덩치 큰 내가 가려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제 불붙기 시작한 연애가 한 달에 한두 번 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보고 싶을 때마다 못 보니 서로가 미칠 노릇인 것이다.
그분은 그런 나를 보고 캘리포니아 쪽에 있는 프로 축구단에 테스트를 보기 위해서
프로필을 여기저기 집어넣고
어떻게든 캘리포니아로 오려고 노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샌디에이고 새미프로축구단에서 선수로 뛰자는 제안이 왔고
그렇게 그분은 자기의 홈타운을 정리하고 3개월 만에 캘리포니아로 나를 위해
이주를 강행한 것이다.
정말 단지 내가 롱디를 못하겠다는 이유 하나였다고 했다.
나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하나였다고…
우리는 잠자는 시간에도 페이스타임을 켜두고 잘 정도로 10대들이나 하는
풋풋한 연애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알게 되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사랑을 받고 살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나를 이렇게나 끔찍하게 아끼고 세상에 가장 연약한 여자로 봐주는
뭘 해도 이쁘다고 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이렇게 이쁜 여자를 자기가 만나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자기 이상형은 얼굴이 이뻐야지 안 그럼 자기는 절대 안 만난다며
나를 칭찬으로 춤추게 하게 해 주었다.
우리는 듣는 노래도, 좋아하는 책도, 좋아하는 음식도, 좋아하는 향수도,
좋아하는 옷스타일도 정말 무슨 데칼코마니 인양 좋아하는 게 모두 같았다.
이렇게 신기할수가 있을까?
이런 사람을 진짜 만날 수가 있을까?
아무리 사람들이 천생연분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정말 그랬다.
이렇게 글로도 말로도 표현이 안 될 정도였다.
이 세상에 정말 이렇게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고 티키타카가 잘 되는 사람이 있다고?
우리는 첫 만남부터 헤어지는 그날까지 서로 존댓말을 썼었다
그게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의미였다.
재수 없겠지만 사실 내 방귀 뀌는 것도 아니 방귀를 안 뀌면 오히려 어디 안 좋을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사실 공황장애도 심했지만 불면증 또한 엄청 심해서 20년 동안
잠을 편히 잔 적이 없었다.
심지어 엄마가 집에 오거나 동생이 출장 가려고 집에 잠시 들러도
나는 밤을 꼴딱 새우기 일쑤였다.
공황장애 치료와 불면증 치료를 3년 이상 받았던 나인데
어느 누구와도 잠을 잘 못 자는 사람인데
나는 그분은 만나고 나서 여태까지 못 잤던 잠을 몰아서 잔 것 같았다.
누가 옆에 있어도 잠을 못 자는데 심지어 그분은 꼭 팔베개를 해주는데
나는 그 팔베개를 베고도 너무 꿀잠을 자는 것이었다.
무슨 인간 수면제인 것 같았다.
그렇게 그분은 짐을 싸서 캘리포니아로 오게 되었고,
축구팀이 샌디에고이 있으니 샌디에이고와 내 집의 중간 지점인
오션사이드에 홈스테이를 하게 되었고
주 3회 운동을 가고 운동을 안 가는 날에는 일을 하려고 일을 찾았다.
그런데 사실 그분은 학생비자이니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없고
캐시 잡을 찾아야 하는데 그 또한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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