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그리고 우울증

by blandina

내 인생의 동반자, 공황장애

며칠 동안 생각에 잠겼다.


나의 공황장애와 우울증은 도대체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그리고 왜 나는 이 인생의 동반자들과 아직도 이별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공황장애(Panic Disorder)는 불안 장애의 일종으로, 예기치 않게 갑작스러운 공황 발작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증상이다.
심장 두근거림, 땀, 떨림, 숨 가쁨, 어지러움, 가슴 통증, 구토 등 신체적인 증상과 함께 극심한 불안과 두려움이 찾아온다.
이런 발작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사람들은 특정 장소나 상황을 피하게 된다.


우울증(Depression)은 단순히 슬픈 감정이 아닌, 삶의 의욕을 앗아가는 깊고도 무거운 병이다.



나는 왜 이 둘이 내 삶에 들어와, 오랜 시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있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리고 왜 나는 지금도 매일 아침,


항우울제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는지도.


아이를 낳아본 여성이라면 누구나 ‘산후 우울증’이라는 말의 무게를 알 것이다.

뉴스에서는 가끔 고층 아파트에서 아이를 던졌다는 소식,


또는 엄마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이 들려온다.

어쩌면 나 역시,


큰아이를 낳은 후 시작된 산후 우울증이 지금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모유 수유, 몇 시간 간격으로 깨는 아이,


출산 후 제대로 회복되지도 않은 몸…

그런 와중에도, 아기는 울고, 나는 달래고,


결국 알 수 없는 눈물이 주르르 흐르던 날들이 일상이었다.

그래도 엄마니까. 낳았으니까.

하지만 아이가 예쁘다가도,


너무 힘들 땐 짐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나는 정말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100가지’ 책을 쓰고 싶었다.

심지어 100가지가 넘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결혼이란 인생에서 한 번쯤 해보아야 죽을 때 덜 억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그 길을 굳이 다시 걷게 하고 싶진 않다.


연애는 해야 한다.

사랑하고, 가슴 뛰는 감정을 느끼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강력한 엔돌핀의 원천이다.

하지만 결혼은 다르다.

누군가에게 속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하고,


자유가 아닌 의무로 가득 찬 삶.


나는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것을 겪었고,

지금은 후회라기보다는 ‘그래도 오래 버텼다’는 생각을 한다


늦게 결혼하는 요즘 세대에게는 차라리 동거가 더 낫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이를 낳을 것인가?

그렇다면 그대는 앞으로 20년 동안 최소 5억에서 10억이라는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아이를 키울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람은 돈 버는 기계가 아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


반복되는 하루 속에 갇혀 살아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15년을 가정주부로 살았고, 세 아들을 키우며,


또 나름 패션과 뷰티에 자신 있던 아줌마였다.

20년의 결혼 생활 후 다시 일을 시작한 내 관점은 이렇다.


남자들도 정말 대단하다.

여자는 10달 동안 아이를 품고 온몸이 으스러지는 고통을 견디지만,

남자들 역시 그 가족을 위해 10년이고 20년이고,

매일같이 치열한 하루를 살아내야 한다.

나는 이제야 알겠다.


가장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고된지.


지난 1년, 나는 번아웃과 심신의 고장,


수입의 단절 속에 결국 1년을 쉬었다.

그 결과,


내 크레딧은 바닥이고 카드도 정지되었으며,


한국 보험 대출은 2천이 넘고

남동생에게 빌린 돈도 3천이 넘었다.


왜냐고?

캘리포니아에서는 숨만 쉬고 살아도 한 달에 5~6천 불이 든다.

그럼에도 여기에 머무는 이유는 단 하나.

내 아이들이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여기서 삶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막내가 졸업하는 앞으로 2년은, 죽기 살기로 버텨야 한다.


그대들이여,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결혼이 정말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가?

혼자인 지금,


나는 어떤가?


만족하고 있는가?

나는 인생에서 단 한 번도 1년 넘게 연애를 쉰 적이 없었다.

(결혼생활 15년 제외)


하지만 그분과의 이별 이후,


지금 1년 반 넘는 시간을 혼자 지내고 있다.

그분을 못 잊는 마음도 있지만,


딱히 누구를 만나 나의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크다.


나는 운동도, 골프도, 친구도, 술자리도 없다.

그저 매일 집에서 혼술을 하고 있다.

통장이 마이너스가 되어도, 나는 오늘도 술을 마신다.

누군가와 시간을 나누는 게, 이제는 피곤하다.


나는 부지런하고 열정적이며,


열 명이 할 몫을 혼자 해내는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세상은 쉽게 인정해주지 않는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누구 하나 만족시키기 어렵다.


기억하라.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진짜로 내 삶을 위해 울어줄 사람은 많지 않다.

나에겐 엄마, 오빠, 동생, 그리고 아들 셋.

이 여섯 명이 내가 아직 살아있는 이유다.


그대가 누군가 때문에 죽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그대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반증하는 것이다.


나는 내 아들들에게 생명 보험은 남겨두었지만,

엄마와 오빠, 동생에게는 아무것도 남겨주지 못할 것 같아 미안하다.

매일 가족 단톡방에서 엄마를 놀려먹는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이,

내가 없어진 후 깨질까 봐,


나는 오늘도 하루를 버틴다.


마이너스 통장으로 별빛청하 4병을 사 들고 온


철없는 45살의 아줌마지만,

그래도 오늘을 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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