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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던져진 22살, 인생의 시작
by
blandina
Nov 25. 2024
내 대답은 간단했다.
"고마워, 한번 생각해 볼게!!."
솔직히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주로 자기계발서만 읽어왔고,
글을 쓴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
내 생각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내가 글을 쓴다니,
그저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오늘 아침, 아니, 어젯밤 잠들기 전에 문득 결심이 섰다.
"내일은 꼭 한 글자라도 써보자."
그렇게 다짐하며 잠 들었고, 눈을 뜨자마자 커피를 내리고 노트북을 열었다.
백수로 술만 마시며 신세 한탄만 하는 것이 내 성격과는 맞지 않다는 걸 잘 알기에,
나는 백수이지만
동시에 글을 쓰는 사람,
인스타그램에서 케이크를 만들어 파는 사람,
아들 셋의 엄마이자
우리 큰 아들의 와이프의 시어머니로 또 하루를 살아내기 시작했다.
나는 44살, 1980년생이다.
내 이야기를 읽다 보면 놀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아주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빛의 속도로 아이를 낳은 어린 엄마였다.
21살에 미군에 입대한 큰아들,
19살 대학생인 둘째,
그리고 하이스쿨에 다니는 16살 막내까지.
나는 이미 천국에 황금 의자가 마련된, 어마어마한 세 아들을 둔 싱글맘이다.
큰아들은 올해 8월 훈련소에서 결혼을 했다.
21살 아들과 동갑인 필리핀계 미국인 모델 겸 게임 스트리머인 며느리는
군 복무중인 아들과 함께 타주에서 신혼 생활을 하고 있다.
2015년에 시작된 이혼 소송은
거의 5년이 지나서야 마무리되었고, 호적 정리까지 끝냈다.
결혼은 2002년에 시작해, 15년 동안의 결혼 생활과
5년의 소송 과정을 지나 결국 이혼에 이르렀다.
꽃다운 20대와 30대는 그렇게 지나갔고,
40대의 나는 여전히 젊은 마음을 가진 아줌마지만,
산더미 같은 빚과 백수라는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내 마음은 여전히 '지금이 황금 같은 중년이다'라고 다독이며...
2002년,
2년제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나는 운이 좋게도 학교에서 수업 한 번 제대로 듣지 않고,
과대표를 하던 선배들조차 마트에서 카트를 정리해야 할 정도로
취업 대란이 심각한 시기에 떡 하니 대기업에 입사했다.
지금도 의문이다.
왜 나를 뽑았을까?
그 당시,
젖살이 통통할대로 올랐고, 쌍수를 하기 전이라 정말 그야말로
쌍수 없는 매서운 일자눈의 전형적인 못생긴 동양여자 아이라고 표현하는게
딱인것 같다.
그냥 면접에서 성실하게 대답한 게 전부였을까?
아니면 면접관이 나에게 무언가 홀린 걸까?
아니면 서류 실수로 다른 사람을 뽑아야 했는데 나로 착각을 한 건 아닐까?
그때 정말로 그건 오류라고 생각했다.
대기업은 대기업이었다.
여자 선배들의 눈치와 4년제 대학을 나오지 않은 죄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나는 그저 출근만 하면 내 자리에 박혀 있었다.
그야말로 박제된 사람처럼.
윗선배들이 주시는 일만 했고,
나 같은 쪼무래기가 대기업에서 기를 펼칠 수 있었겠는가?
당치도 않은 말씀이다.
화장실 가는 것조차 눈치가 보였고,
다른 곳에서는 위풍당당하던 내가 회사만 가면 쭈구리가 되어
복사 심부름도 손을 벌벌 떨며 했다.
오해하지 마시길.
내가 위풍당당했던 것은 그저 젊은 혈기였던 것 같다.
졸업하기 전에 하사관을 가겠다고,
학점이 바닥인 내가 떨어질 걸 알면서도 무슨 배짱이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했던 것 같다.
너무 멀어서 어딘지 알지도 못하는 동네까지 가서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그 당시 병무청에 서류 접수를 했었다.
당연히 학점 때문에 서류 심사에서 떨어졌지만,
그런 내가 세상에 무서울 게 뭐가 있겠는가.
체력이 특등급일 정도로 몸은 건강했으니 말이다.
다시 돌아와서.
어느 날,
회사 출근을 하고 아침 회의 전에 얼른 화장실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후광이 비추며 내 옆으로 다가오는
수트 입은 남자를 보게 되었다.
와… 세상에,
저런 남자가 TV가 아니라 내 앞에 있다고?
나는 화장실을 가다 말고 선배에게 달려가서,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다고 했다.
쭈구리 신입이지만, 눈은 제대로 달려 있었던 것.
상남자를 알아본 것이다!
맞은편 부서 분이신데 얼마 전에 부산에서 서울로 발령 받아서 올라오신 분이었다.
말수가 적어서, 사실 모든 사람이 그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그 분에 대해 궁금해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분을 알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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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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