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 하나

불씨

by 진화정


성냥 하나

(불씨)


딱히 가진 것이 없어서

있는 거라도 잘 간수해야 했다


그런데 그 마저도

모두 어디로 사라지고


나는 정말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년이 되었다


그런 줄로만 알았다

잃을 것도 없는 바닥이라고


그러나 내게는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이 남았다


토끼 같은 어린 딸과

여우 같은 신랑이 있었고


날 여전히 지켜보는

부모님이 아직 있었다


돈이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라지만


돈 때문에 사랑도 잃고

돈 때문에 목숨도 잃는다


하지만 나는 안다

실은 돈 때문이 아니란 걸


너머의 끈적한 욕심과

어리석은 미련 때문이란 걸


여전히 두렵고 떨리는

살얼음판이지만


나는 오늘도 성냥을 긋는다

성냥 하나에 하나의 소원을


이 세상이 조금은 따뜻해지길

내 가족이 조금 더 행복해지길


추운 겨울 눈밭 위에서

지피는 작은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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