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녁에 집중하기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글을 쓰는 건지 글이 글을 쓰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굉장한 몰입을 하다 보면 자타불이, 나와 남이 다르지 않고 상대의 기쁨이나 슬픔이 마치 나의 그것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아닌 존재를 이해하고 그의 심연을 들여다보면서 다시 어느 순간 나 자신으로 회귀하게 되기도 한다. 타산지석, 내가 아닌 존재를 통해 나를 돌이켜보고 이해하고 나아가 성장한다.
그러나 그런 과정은 자신을 객관화하고 에너지를 균형 있고 조화롭게 사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자기 연민이나 자기혐오와 같이 자신과 너무 밀착된 상태에서 결핍된 혹은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하면, 현재보다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기 힘들다. 구심점으로부터의 방향성과 힘의 세기에 따라 같은 성질의 물체도 제각각 다른 결괏값이 도출되는 것처럼. 물론 글쓰기에 물리학을 오차 없이 적용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치 신들린 듯 거침없이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을 가리켜 무아지경에 이르렀다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겨냥한 과녁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인지 글이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인지 모호해진다는 것은 몰입의 신호이기에, 그럴수록 자기 자신에게 속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너무 감정에만 치우치거나, 그렇다고 너무 논리에만 치우치다 보면 그 글은 마치 방구석에서 홀로 자위하다가 어느 순간 풀이 죽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허무로 끝이 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