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친구

에피소드 7

by 진화정


사라진 친구

(에피소드 7)


시멘트로 된 우리 집은 빨간 벽돌로 된 주인집과 맞닿아 있었다. 삐걱대는 철문을 열고 나오면, 오른쪽 문 어귀엔 LPG 가스통이 놓여있고 왼쪽 벽면은 빨간 벽돌이었다. 그 빨간 벽 아래에 작은 진돗개 한 마리가 아빠 손에 이끌려 왔다. 언젠가부터 귀가 쫑긋한 강아지가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하얗고 귀여운 강아지에게 진돌이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혹시나 내 기억이 맞는지 궁금해서 오늘 어머니께 여쭤보니, 누런 똥개 었다고 하신다. 나는 왜 누런 똥개를 하얀 진돗개라고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사람의 기억은 때로 변형되어 마치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믿어진다. 어쩌면 그때의 어린 나는 우리와 함께 하게 된 똥개가 하얀 진돗개이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그렇다고 누런색과 하얀색도 구분하지 못하다니. 어머니로부터 진돌이의 외모에 대해 듣고 나니, 내 머릿속은 마치 지우개로 지워진 것처럼 텅 비었다. 조금 전까지 선명하게 떠오르던 돌이의 모습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리자 이미지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비록 흰색은 아니었지만, 아이보리색의 유난히 귀가 쫑긋한 귀여운 강아지 었다는 것을 나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럼 과연 어머니께서 누런색이라고 이야기하신 것과 내가 아이보리색이라고 기억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같은 본질을 떠올리고도 서로 다르게 표현하거나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같은 본질의 무엇이라도, 어떤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의 필터를 거치면 전혀 다른 무엇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게다가 누런색 뒤에 붙여진 똥개라는 단어는 돌이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비하의 뉘앙스를 풍긴다. 요즘은 강아지의 품종을 이야기할 때, 믹스견이라고 표현하지 똥개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아마 시골분들은 아직도 똥개라고 말할 테지만.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진돌이의 외모가 아니었다. 몇 달 사이에 진돌이는 덩치가 커져서 개가 되었고, 나는 그것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외로운 내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친구였기 때문이다. 러나 진돌이는 목줄에 매여서 무기력하게 반원을 그리곤 했다. 함께 자유롭게 뛰어다니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그럴 형편이 아니었다. 진돌이는 매일 밥그릇에 놓인 우리가 먹고 남은 음식들로 배를 채웠다. 그나마 아버지께서 판자로 개집을 지어주셨고, 거기서 비를 피하고 잠을 잘 수 있었다.


문제는 진돌이의 몸집이 커질수록 컹컹대는 소리도 커졌다는 것이다. 당시 우리 집은 겨우 주인집 옆에 세 들어 살고 있었다. 주위의 시멘트로 된 집들은 방음이 제대로 되어있을 리 없었고 다들 진돌이의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들렸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학교에 다녀온 나는 집 앞에 진돌이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된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하면서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는데, 아무도 진돌이의 행방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나는 무척 슬펐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는 문득 다시 진돌이의 행방이 궁금해졌다. 아버지께 여쭤봤더니, 보신탕 집에 팔았다고 하셨다. 이미 지나간 오래된 일이지만, 나는 너무 속상했다. 미리 나에게 어떤 사정이 생겨서 진돌이와 함께 살 수 없을 거라고 이야기라도 해주셨다면. 하긴 친구처럼 아끼는 진돌이를 보신탕 집에 돈을 주고 팔았다고 이야기하면, 당시의 어린 나는 감당할 수 있었을까. 괜스레 뚝뚝 눈물이 난다.




수, 토 연재
이전 06화지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