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8
개구리알
(에피소드 8)
빨간 벽돌로 된 주인집 안으로 징검다리처럼 놓여있는 반듯한 돌들을 따라가면 입구 너머에 도로가 보인다. 그 도로를 따라 쭉 가다 보면 왼쪽에 통진성당이 있고, 성당입구 갈림길에서 또다시 왼쪽 아래로 시멘트 도로가 나있었다. 그 좁은 길을 따라 조금 내려오면 오른쪽에 친구네가 살던 빌라가 있었고, 가끔씩 나는 그 친구랑 이런저런 잡담을 하면서 학교에 갔다. 당시엔 초등학교가 아니라 국민학교였는데, 빠른 걸음으로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친구와 10분 정도 걷다 보면 넓은 논이 나왔다. 왼쪽으로 시멘트길을 계속 따라가든지, 곧장 논 사이로 난 좁은 흙길로 가든지 선택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주저 않고 논길을 선택하곤 했다. 물이 제법 차있는 논에는 신기한 생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소금쟁이, 모기유충, 그리고 올챙이 등이 보였다. 친구는 곤충을 비롯한 생물에 관해서 아는 것이 꽤 많았다. 도대체 이게 뭘까 싶어 뚫어지게 물속을 쳐다보면, 친구가 이런저런 상식을 뽐내며 내게 알려주었다.
물에 빠질라 조심해서 논길을 벗어나면, 다시 아까 시멘트길로 이어진다. 왼쪽에 늘어선 작고 어두운 숲을 빙돌면 5층짜리 아파트가 보이고 우측에는 오래된 농협창고가 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면 오른쪽에 넓은 밭이 펼쳐져 있었고 구멍가게도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가게에 들어가서 군것질하고 싶었지만, 곧 충동을 누르고 서둘러 걸어가면, 낮은 빌라와 주택과 동네상점들이 보였다. 그러고도 한참을 안으로 걸어가다 보면 오래된 문구점 하나가 보이고 왼쪽으로 무궁화길이 쭈욱 늘어서있다. 분홍색 무궁화길을 계속 걸어가면 드디어 국민학교 정문에 도착한다. 흙먼지가 폴폴 날리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어가 교실로 향했다.
그러다 드디어 우리의 남다른 선택이 빛을 발하던 순간이 왔다. 선생님이 개구리알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나는 다음날 등굣길에 종이컵을 준비했다가 논두렁의 물을 슬쩍 담았다. 종이컵 속엔 까맣고 동그란 개구리알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나는 종이컵을 조심스레 움켜쥐고 걷고 또 걸었다. 수업시간, 선생님이 준비하신 투명한 수조에 논두렁에서 떠온 개구리알을 나는 자랑스럽게 넣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우리 반 아이들과 틈 나는 대로 수조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시간이 좀 흐르자 개구리알에서 올챙이가 터져 나왔다. 까맣고 볼록한 머리 뒤로 구불구불한 꼬리가 빠르게 움직였다. 달걀노른자를 먹이면 건강하게 잘 자란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는 어머니께 부탁해서 다음날 노른자를 가져왔다. 우리는 "뒷다리가 쏘옥, 앞다리가 쏘옥, 팔딱팔딱 개구리 됐네."라는 동요를 직접 보고 듣고 느꼈다. 그렇게 우리는 올챙이 마냥 쑥쑥 자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