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0
촛불 소동
(에피소드 10)
눈 쌓인 깊은 겨울, 집에는 어른들이 외출하시고 나와 두 살 터울의 남동생 둘이 있었다. 살이 에는 추위에, 문을 나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우리 둘은 어두운 방에서 눈만 껌벅거렸다. 벽에 난 작은 창문 사이로 옅은 햇빛이 스며들어 왔지만, 방안을 밝히기엔 어림도 없었다. 그러다 나는 갑자기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집에는 정전을 대비해서 초가 여러 개 있었는데, 갑자기 그걸 밝혀보고 싶어졌다. 엄지손가락을 여러 번 문지르자 라이터에 불이 붙었고, 하얗고 기다란 초 끝에 있는 심지에 갖다 댔다. 빨간 촛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을 남동생과 함께 바라봤는데, 남동생은 왠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촛대에서 촛농이 흐르는 것을 보다가, 나는 벽 쪽에 있는 선반으로 촛불을 가져갔다. 거기에 세워둘까 했는데, 갑자기 뭔가 화르륵 타올랐다. 아차, 벽에는 얇은 종이가 수 겹으로 된 달력이 걸려있었는데, 그만 거기에 불이 옮겨 붙은 것이다. 이를 어쩌나 하는 사이, 얇디얇은 종이들은 순식간에 하얀 재가 되어 방 안을 날아다녔다. 나는 서둘러 손에 짚히는 대로 달력에 갖다 대어 불을 껐다. 벽에는 불에 그을린 달력이 덩그러니 달려있었고, 남동생은 겁에 질려서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방안엔 탄 냄새와 함께 하얀 재가 둥둥 날아다녔다.
벽에 달린 창문을 열기엔 내 키가 너무 작아서, 나는 일단 방문을 열어 두었다. 추운 공기가 방으로 훅 들어왔고,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부모님이 집에 돌아오시면, 나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어쩌면 좋을지 몰라 가슴만 두근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돌아오신 부모님은 무척 화를 내셨다. 어머니는 어른도 없는 집에서 큰일 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셨다. 아버지는 그날 회초리를 들지 않으셨다. 그러나 나는 내내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그리고 새벽에 악몽에 시달리다 이불에 실례를 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