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열

발등의 불

by 진화정

파열

(발등의 불)


발등에 불났어.

검푸른 불길이 터졌지.

내 어깨에 두른

가방의 무게와

중력이 끌어당긴

몸뚱이의 무게

딱 그만큼

발등에 불났네.


애써 잊으려고

아니 잠시 잊었던

잡다한 무게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콸콸 솟구쳐

있어야 할 곳에

머물지 못하고

그만 터져 나왔어.


잘 먹고

잘 걷고

잘 자고

잘해야 하는 것들이

하나씩 쌓여갈수록

그렇게 여기저기

들쑤시고 돌아다니다

결국 발등에 불났네.


빨랫줄 위

바람에 춤추는

젖은 옷가지처럼

간신히 정신줄 부여잡고

오늘도 외줄을 타네.

중력을 거슬러

날아오르지 못하고

대롱대롱 매달린 삶.


억척스러운 의지

남들의 비아냥 속에도

바람 들 구멍이 있고

햇빛 들 틈새가 있고

웃음 들 주름이 있어.

도마 위 펄떡이는

시퍼런 생선처럼

아직도 버리지 못한

끈적한 미련.


새벽을 거슬러

낡은 벽지에 기댄 채

말없이 불러보는 네 이름.

그래도 머리 위로

솟구치지 않아서

다행이라 여기며.

그런데 어쩐다?

이미 발등엔 불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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