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든지 않든지, 인연
이런 시간이 필요했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숨을 고르고 나름 정리하는 시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 그 속에서 헐떡거리고 비틀거리며 걸어가던 나를 돌아볼 귀한 시간. 너무 무겁지 않고 그러나 너무 가볍지 않을 그 사이의 틈을 원했다. 말이 길어지고 감정이 깊어질수록 그저 사람들 눈에 우스워질 뿐이고, 나 역시 본래의 나에게서 점점 멀어질 뿐이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어릴 때부터 시를 지었다. 나의 마음이 누군가에게 닿길 바라며. 그리고 그 누군가에게 소중한 의미가 된다면 더없이 기쁘리라. 하지만 몇 차례 폭풍우를 겪으며, 막연하게 느껴지던 것들이 좀 더 분명해졌다. 너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괜찮다고. 그건 나에게 당분간 아쉽고 슬픈 이야기일지 몰라도, 너에게는 정말 별일 아닌 우스운 일일 뿐이기에. 굳이 애써 붙잡지 않고 담담히 흘려보낼 수 있기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까지 통제하고자 하는 그런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나는 나대로, 그리고 너는 너대로, 그렇게 서로 존재하면 된다고.
잔소리처럼 수없이 외치던 나의 메아리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소망이 될지라도. 너에게는 단지 공허하고 시끄러운 소음일 뿐이라면,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되는 거겠지. 쓰디쓴 술잔을 비워내듯, 이 순간을 털어내 본다. 나를 조롱하고 경멸하는 너의 눈을 바라보는 게 너무 아프고 슬프지만, 나 역시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므로. 나를 바라보고 걱정하는 다른 누군가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나의 진심이 닿든지 말든지 난 여전히 오늘을 살아가겠지만, 잘 지내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