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초원의 빗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어느 날, 초원을 달리던 자동차에서 머리빗이 떨어졌다. 마침 관광객 하나가 차 안에서 머리카락을 빗다가 초원의 아름다운 광경에 놀라며 창 밖으로 손을 내밀었는데, 차가 덜컹거리는 바람에 손에서 빗을 놓친 것이었다. 차가 지나간 자리에는 흙먼지가 폴폴 날리고 있었다.
그날 그곳을 지나던 기린이 어쩌다 빗을 보았다. 기린에게는 난생처음 보는 빗은 신기하고도 이상한 물건이었다.
"이건 어디에 쓰는 물건이지?"
아무리 요리조리 살펴보아도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기린은 그냥 빗을 놔두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이어서 얼룩말이 그곳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빗을 발견했다. 호기심이 많았던 얼룩말은 말굽으로 빗을 이리저리 굴려보면서 곰곰이 생각을 했다.
"이건 어디에 쓰면 될까?"
얼룩말은 하얗고 까만 예쁜 갈기를 가진 친구에게 그 빗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아무래도 빗으로 친구의 갈기를 정성스레 빗어주면 친구가 정말 좋아할 것 같았다.
그런데 얼룩말은 온통 빗을 신경 쓰느라 근처에 사자가 다가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배 고픈 사자는 얼룩말이 알아챌까 봐 느릿 나릿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사정거리에 도달하자 재빠르게 달려가 얼룩말의 뒷다리를 물었다.
"아이쿠, 살려주세요. 제발요."
얼룩말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사자에게 빌었다. 하지만 사자는 몹시 배가 고팠고 얼룩말은 사자의 손에 있었다. 얼룩말은 정신을 차리고 꾀를 내어 말했다.
"사자님, 여기 이 물건을 드릴게요. 이걸로 사자님의 엉킨 갈기를 빗어주면 정말 멋질 거예요. 그 대신 이번에 저를 살려주시면 안 될까요?"
사자는 배가 너무 고파서 꼬르륵 소리가 났지만, 난생처음 보는 빗을 보고는 마음이 흔들렸다. 잠시 고민하다가 사자는 그 빗을 받고 얼룩말을 살려주었다.
사자는 배가 고팠지만 그 빗으로 공들여서 엉킨 갈기를 단정하게 빗었다. 그리고 주린 배를 움켜쥐고 물가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갔다. 텅 빈 속에 물이라도 채울 생각이었다.
물가에 이르러 물을 마시려는 순간, 사자는 물 위에 비친 너무나 멋진 자신을 발견했다. 왠지 갑자기 이유 없이 배가 부른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늠름한 사자 옆에 아름다운 암사자 한 마리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정말 아름다운 갈기를 가졌군요."
사자는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비록 당장 배는 고팠지만 아름다운 여자친구와 함께라서 좋았다. 둘은 함께 물을 마시고 함께 사냥을 하러 나섰다. 혼자였을 때보다, 모든 것이 훨씬 더 즐겁고 수월해졌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