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새로 내리기로 했다.
포털 사이트의 '베스트 도전' 만화 게시판. 그곳은 누군가에게는 꿈의 등용문이지만, 나 같은 무명 지망생에게는 빛 한 점 들지 않는 거대한 심해와 같았다. 매주 월요일, 나는 일주일간의 고혈을 짜내 만든 10페이지 분량의 원고를 올린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새로고침' 버튼을 누른다.
숫자는 정직하다. '조회수 0'. 그 숫자가 1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은 때로 영원처럼 느껴졌다.
심해에 갇힌 창작자가 겪는 가장 큰 고통은 누군가의 비난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무관심이다. 차라리 욕이라도 먹었으면 좋겠다는 비굴한 심정이 고개를 들 때면, 나는 내 자신이 한없이 찌질하게 느껴졌다.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대사를 넣고, 유행하는 작화 스타일을 억지로 흉내 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그린 선들에는 '나'는 없고 타인의 입맛을 맞추려는 비겁함만 가득했다. 자부심은 어느새 타인의 '좋아요' 한 번을 구걸하는 동냥그릇으로 변해 있었다.
우리는 흔히 성과를 위해 달린다. 하지만 성과 뒤에 남는 것은 박수가 아니라, 그 성과를 위해 포기했던 수많은 평범한 밤들이다. 나는 조회수라는 숫자에 내 삶의 무게를 저당 잡힌 채 살아왔다. 내 가치가 오직 타인의 평가로만 결정된다는 착각. 그것은 창작이 아니라 '자아의 거세'였다. 심해에서 허우적거리던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갈구하던 별점과 댓글은 실은 나를 채워주는 영양분이 아니라, 나를 갉아먹는 기생충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여기서 '성공'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새로 내리기로 했다. 작가가 되는 것만이 성공이라면 내 지난 5년은 암담한 실패작이다. 하지만 내가 그토록 그어대던 선들이 실은 타인에게 닿기 위함이 아니라, 내 안의 엉킨 실타래를 한 올 한 올 풀기 위한 과정이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나는 매일 밤 나름의 성공을 거두고 있었던 셈이다. 조회수 0은 내 원고가 가치 없다는 뜻이 아니라, 오직 나만이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가장 사적인 기록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창밖을 보니 새벽 배송 트럭의 엔진 소리가 고요한 골목을 깨우고 있다. 누군가는 또 다른 성취를 위해 하루를 시작할 것이고, 나는 비로소 긴 싸움을 끝낸 전사처럼 잠자리에 든다. 이제 더 이상 F5 키를 누르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밀려온다. 내일의 나는 더 이상 심해의 괴물이 아니다. 그저 아침 햇살을 반갑게 맞이하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