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님. 산책하실래요?"
회사에서 근무하던 당시 나는 미리 점심시간에 할 일을 구상해 뒀다.
막상 점심을 먹은 후에는 종종 저런 제안이 들려왔다.
단 한 번도 거절해 본 적은 없다.
물론 산책과 내가 하려던 일 사이의 효용을 비교해 보기는 했지만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혼자서 하는 산책은 그저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이거나, 새삼스럽게 주변을 감상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둘이 산책할 때에 걷기는 자동적 행동이 되고, 대화가 주를 이룬다.
그러니까 '산책하실래요?'의 다른 말은 '대화하실래요?'였다.
회사란 공간에서 맺어진 사이였기에 대화의 소재는 늘 같았고, 내용적으로도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 대화하는 것과 복잡한 사거리에서 대화하는 것, 숲을 따라 걸으며 대화하는 것은 모두 달랐다.
밖으로 나올수록 무거운 추가 하나씩 떨어진 채로 전달되는 것 같았달까.
한 번은 놀이터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나는 그 회사의 신입이었기에 그 이전에는 늘 일방향적인 대화를 했었다.
하지만 이때는 서로의 고충을 토로했고, 일상을 나누었으며 감정을 공유했다.
어쩌면 산책에 곁들인 초코 밀크티의 당도도 이러한 화합에 한몫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