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른트너 거리를 거닐며

by 졔리

빈에서는 짧게 머물렀다. 2박 3일이었지만 온전하게 주어진 건 하루뿐이었다.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최고의 방법은 투어였으므로 미리 예약해 두었고 조식을 먹자마자 숙소를 나섰다. 빈의 핵심 궁전인 벨베데레 궁전과 쇤부른 궁전 두 곳을 갔다가 빈 시내까지 둘러볼 수 있는 알짜배기 투어였다. 벨베데레의 정원은 사진으로 본 것만큼, 딱 그 정도로 예뻤다. 내부에 입장에서는 '클림트의 키스'가 모든 임팩트를 앗아갔다. 가장 유명한 작품이 있다는 건 과연 축복일까. 나도 모르게 다른 작품을 등한시했고 그 많은 작품 중 기억에 남는 게 없었으니 씁쓸했다. 다음은 쇤부른 궁전이었다. 쇤부른은 내부의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다. 내가 관람할 당시까지만 해도 사진 촬영이 불가했기에 사전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방문했기 때문이었다. 빈 하면 벨베데레가 자동적으로 흘러나오는 것치곤 벨베데레 궁전보다 화려한 건 고사하고 그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베르사유 궁전에 견줄 수 있을 정도였다. 쇤부른만으로도 빈이 왜 예술의 도시인지 단박에 알 수 있을 만큼 우아하고 기품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 투어에서 가장 좋았던 건 빈 시내 관람이었다. 처음엔 그저 시간이 남아서 투어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들어간 코스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빈 시내를 걷는 건 아주 신선했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와 같은 위상을 지닌 빈 케른트너 거리. 거리가 엄청나게 화려하다거나 건물 색감이 쨍하거나 튀지는 않았다. 빈은 화이트 계열의 건물이 대부분이었고 수수하다면, 수수하다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눈길을 끌 수밖에 없는 도시기도 했다. 그리고 종종 말을 끄는 기수들이 보인다. 가이드님은 계속해서 해설 중이셨지만 나는 빈의 시내에 눈길을 빼앗긴 지 오래였다. 좌우를 바삐 살피며 건물들을 유심히 바라봤다. 모든 게 신비로웠지만 잠시 나타난 구찌 건물만큼은 친숙했다. 우리는 호프부르크 왕궁을 사이에 두고 하염없이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스테판 대성당에서 투어가 종료되었다. 다행히도 이 성당이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는 마지막 해설은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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