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봄날은 혼밥과 함께 가고 있었다.

2020년 4월의 어두웠던 기억

by 인생여행


하얀 목련과 벚꽃이 만개하고 축축 늘어진 수양버들 가지들이 연두색으로 물들어가는 봄날, 두려운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왕래는 위축되어 점심을 위해 찾는 식당가의 풍경은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식사 약속마저 두려운 분위기이니, 혼밥 하러 가는 식당길이 어색하지 않아서 좋다.


과거에는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상황은 큰 낭패였다. 직장에서 일에 열중하다가 점심 약속을 잡지 못하고 홀로 남겨진 상황은 생각하기조차 싫다. 혼자 밥을 먹는 상황에 닥치면 마치 주위에서 따돌림받아 외톨이가 된 것처럼 쓸쓸해진다. 사회에서 낙오된 패배자가 된 느낌마저 들게 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혼밥, 혼술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많은 이들이 일도 혼자 하고, 밥도 혼자 먹고, 집에서도 혼자 산다. 온라인 세상에 익숙한 세대들의 등장과 함께 세상은 점차 집단에서 제외된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홀로 한다는 편함을 추구하고 있다. 굳이 직장에 가서 대면하지 않아도 가상공간에서 일들이 잘만 돌아간다. 코로나19는 혼자만의 세상살이를 더 빠르게 진행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4차 산업이란 말이 등장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 1차, 2차, 3차 산업을 함께 묶은 6차 산업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홀로 농사도 짓고 가공도 하고 판매까지 할 수 있는 기술과 수단이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통해 혼자 이론과 기술을 배우고, AI로 무장한 자동화 시스템이 생산을 도와주며, 자금조달, 회계, 마케팅도 온라인플랫폼을 통해 혼자 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눈치보기와 관계 맺기에 지친 직장 사람들이 프리랜서로의 독립을 계획한다. 사표를 내고 자영업자를 꿈꾸기도 한다. 심지어 비혼, 돌싱이라는 말이 난무하는 세상에 이르렀다. 혼자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고 편하고 자랑스러운 일일 수도 있게 되었다. 나도 혼자 일하고 혼자 밥을 먹는다. 자랑스럽기까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위축되지도 않는다. 이제 혼밥은 나의 일상이고 자연스러운 행동이 되었다. 식당에 들어설 때마다 '몇 명이에요?'라고 묻는 식당 종업원의 질문에 거부감 없이 '혼자입니다'라는 대답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혼밥 시간은 좀 늦는 것이 좋다. 한참 복잡한 시간에 혼밥 하러 오는 손님을 식당 주인이 좋아할 리 없다. 테이블이 비워지는 오후 1시에서 2시 정도가 혼밥 하기 좋은 시간이다. 주차장마저 한적하니 편한 주차는 덤이다.


오늘은 고양시 애니골에 있는 식당에서 혼밥이다. 애니골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을 뜻하는 옛 지명인 ‘애현마을’에서 유래한 ‘애현골 거리’로 불리다가, 애현골-애인골-애니골로 불리게 되었단다. 나같은 7080 세대들이 20대이던 시기에 교외선을 타고 백마역에 내려 이곳 주점과 카페들에서 사랑과 낭만을 즐기던 추억의 거리이다. 신도시가 들어선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식당과 카페들이 모여 있는 음식문화거리이다. 이런 애인들의 거리에서의 혼밥은 무척 어울리지 않는 일이지만 어쩌다 보니 오늘 발걸음이 이곳으로 이어졌다. 따스한 봄볕이 가득한 마당이 눈에 띄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오후 작업 일정이 없는지라 천천히 식사를 한 뒤, 커피 한잔을 뽑아 식당 밖 마당의 테이블에서 봄볕을 쪼이며 비타민D를 보충하는 여유를 부린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다 보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도 한다. 무심코 바라본 이 식당의 배너광고와 눈이 마주친다.


"좋은 것만 찾아 골라 드시는 편식이 필요합니다"


이 식당의 맛있는 음식을 자주 와서 먹으라는 말이렷다. 역설적 카피 문구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광고쟁이들의 번득이는 아이디어들을 볼 때마다 감탄사와 함께 미소가 절로 나온다. 하기는 이제 한창 클 어린아이도 아니니 맛있는 것만 먹어도 될 나이가 되었지.


혼밥과 혼자 하는 세상살이에 익숙해지고 있지만 역시 밥친구, 술친구가 그립다. 맛있는 식사란 누군가와 함께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지.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여럿이 모여 맛있게 편식을 즐겨보자.


담장 옆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며 마당을 수놓는다. 혼자만의 세상을 강요하는 코로나19로 멈춰버린 봄꽃놀이가 새삼 그리워진다. 또 한 차례의 아름답지만 슬픈 봄날이 속절없이 가고 있음을 아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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