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십육피 Feb 27. 2023

LISTEN TO MYSELF

내 인생의 연말정산

3년 전, 오랜 친구들과 함께 연말정산을 시작했다. 홈텍스에서 하는 연말정산은 아니다. 방식은 간단하다. 한해를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보냈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질문 몇 가지를 친구들의 카카오톡 단체방에 던진다. 친구들은 질문에 대한 답을 12월 31일이 넘어가기 전까지 작성해서 공유한다.


아래의 내용은 3년간 친구들에게 공유한 연말정산 답변이다.


[2020년 연말정산 중]


Q. 2020년을 하나의 키워드로 정의해 보자.

A. ‘할 수 있다!’가 올 한 해의 키워드다. 5개월간 PT를 하면서 ‘나는 못 해’가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다’라는 교훈을 얻었다. 스스로 한계를 둔 게 많았는데, 유일하게 ‘몸’만큼은 내가 마음을 먹고 움직이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걸 실제로 체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5개월 간 식단을 조절하며 일주일에 4회 이상 운동 하면서 나에게도 그런 ‘독한 면’이 있다는 걸 오랜만에 다시 마주하게 돼서 반가웠다. 하나를 하고 나니 두 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될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보다, ‘할 수 있다, 해보지 뭐’하고 시도해 볼 수 있는 맷집이 생겨서, 좋은 경험이었다.


[2021년 연말정산 중]


Q. 나를 가장 성장시킨 사건은 무엇인가?

A. 홀로 떠난 약 두 달간의 제주살이를 꼽을 수 있겠다. 바쁘게 달려가는 데 익숙하고 멈추면 불안을 느끼는 나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고,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여행하며 만난 친구들과, 멋진 어른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았다. 낯선 타인이 주는 호의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다시 돌아올 때가 되니 자연스럽게 누리고 있는 내 모습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무엇보다 받기만 하던 내가 내어주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이게 여행이 주는 묘미일까. 할 수 없는 것을 하게 만든 여행. 그 자체로 한 뼘 성장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제주, 또 와야지!
 

[2022년 연말정산 중]


Q. 한 해 동안 감사했던 일,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것은 무엇인가?

A.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해 감사함을 많이 느낀 한 해다. 힘들 때 기댈 곳이 있다는 것, 기쁨을 나눌 친구가 있다는 것, 별것 아닌 일로 웃고 떠들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 오랜 스승님이 늘 애정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봐준다는 것, 이 모든 것에 감사한 한 해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그랬다. 참 인복이 많은 것 같다고. 나도 알고 있다. 그래서 나 또한 그 모든 것을 당연하지않게 여기려고 노력하고,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고 다짐한다.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것도 부족한 나를 아낌없이 사랑해 준 사람들이다. 살면서 다 갚아야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던 질문들을 곰곰이 생각하며, 조용한 카페에 홀로 앉아 천천히 답을 써 내려갔다. 그 과정을 통해 삶을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보며 지나간 사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고, 삶을 둘러싼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와 더 친해진 기분을 느꼈다.


앞으로도 ‘좋은 질문’ 앞에 답을 하는 시간을 자주가지기 위해 연말 정산이 아닌 월말 정산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좋은 질문을 수집해 보기로 했다. 나에게 좋은 질문이란, 좋은 삶을 살고 싶게 만드는 질문이다. 부지런히 질문을 주워보자. 마지막으로, 최근에 봤던 흥미로운 질문 하나를 공유한다.



 Q. ‘나이 먹을수록 신경 쓰게 되는 것’ / Things you care about as you get older’

작가의 이전글 앗! 이런 인터뷰 기록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